소아 급성 중이염, 아기 신호와 대처법

소아 급성 중이염, 아기 신호와 대처법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처음엔 아이가 밤에 자다 깨서 우는 게 그저 잠투정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자꾸 한쪽 귀를 잡아당기고, 평소보다 잘 안 먹으려 하더군요. 다음 날 소아청소년과에서 들은 말은 ‘급성 중이염’이었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아직 말 못 하는 아기는 아프다는 걸 ‘행동’으로만 말한다는 것을요.

소아 급성 중이염은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한 번쯤은 마주치게 되는, 정말 흔한 병인데요. 흔하다고 해서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오늘은 영유아 급성 중이염의 신호부터 치료 기준, 그리고 병원에 꼭 가야 할 위험신호까지 차분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성인과 소아의 귀인두관(이관) 각도·길이를 비교한 다이어그램

소아 급성 중이염이란 무엇인가요

급성 중이염(Acute otitis media)은 고막 안쪽 공간인 ‘중이(中耳)’에 급성으로 생긴 감염·염증을 말합니다. 대부분 감기(상기도 감염)의 후유증으로 오는데요. 코와 목의 염증이 귀로 번지는 셈입니다.

3주 이내의 급성 염증을 급성 중이염이라 부릅니다. 소아에게는 정말 흔한 감염 질환입니다.

한 가지 알아두실 점이 있습니다. 급성 중이염이 지나간 뒤에도 중이에 물(삼출액)이 남는 ‘삼출성 중이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입니다. 통증과 열이 가라앉았다고 다 나은 게 아닐 수 있는데요. 그래서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추적 진찰이 필요합니다.

왜 유독 아기에게 잘 생길까요

이유는 ‘구조’에 있습니다. 아이의 귀인두관(이관, 유스타키오관)은 성인보다 더 짧고 수평에 가깝습니다. 그러다 보니 코와 목의 세균·바이러스가 중이로 훨씬 쉽게 넘어가는 것입니다.

이관과 중이 구조가 아직 미성숙한 시기, 즉 생후 약 3개월에서 3세 사이에 특히 잘 생기고 2세 전후에 정점을 찍습니다.

주요 원인균은 폐렴구균,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NTHi), 모락셀라 카타랄리스입니다. 다만 여기서 짚고 싶은 게 있는데요.

원인이 세균만은 아닙니다.

바이러스만 검출되는 경우도 있고, 세균과 바이러스가 모두 검출되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급성 중이염이 항생제로 낫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말 못 하는 아기, 어떻게 알아챌까요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아이가 “귀가 아파요”라고 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영유아는 아픔을 행동으로 보여줄 뿐입니다.

엄마 어깨에 기대 눈물이 그렁한 채 지쳐 보이는 아기
Photo: Vyvan BÙI VY VÂN / Pexels

아래 신호들을 눈여겨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 귀를 자주 만지거나 잡아당기는 행동
  • 평소와 다르게 심하게 보채고 울며, 잘 안 먹으려 함
  • 수면 불량 — 자다 깨서 보챔
  • 발열, 짜증
  • 유아에서는 메스꺼움·구토·설사가 함께 오기도 함
  • 고막이 천공되면 귀 밖으로 노란 고름이나 피고름(이루)

큰 아이나 어른은 귀 통증, 발열, 귀가 먹먹한 느낌, 귀울림, 두통 같은 증상을 호소합니다. 고막이 뚫리면 고름이 흐르면서 오히려 통증이 다소 가라앉기도 하는데요.

다만 이 신호들은 어디까지나 ‘의심하는 단서’일 뿐입니다. 확진이 아닙니다. 결국 고막을 직접 들여다보는 검사로 확인해야 합니다.

영유아 급성 중이염 의심 신호 5가지 체크리스트 인포그래픽

병원에서는 어떻게 진단하나요

기본은 이경(귀 내시경) 검사입니다. 외이도와 고막을 직접 관찰해 발적이나 팽창 같은 염증 소견을 확인합니다. 중이염이면 고막 뒤로 고름이 비쳐 보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중이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는 고실측정법(고막운동성계측), 그리고 난청 정도를 파악하는 청력검사가 더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주관적 증상과 객관적 징후를 종합해 진단을 내립니다.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치료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부모님이 “항생제 먹여야 하나요?”부터 물으시는데요. 그런데 순서가 조금 다릅니다.

통증과 발열 조절이 먼저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이나 이부프로펜(부루펜) 같은 진통·해열제로 아이가 겪는 통증과 열을 먼저 관리합니다. 항생제 사용 여부와는 별개입니다.

항생제, 무조건 바로 쓰는 게 아닙니다

여기가 오해가 많은 지점입니다. 급성 중이염이라고 해서 항상 즉시 항생제를 쓰는 건 아닌데요. 연령·중증도·양쪽 귀 여부에 따라 ‘즉시 투여’와 ’48~72시간 경과관찰’ 중에서 선택합니다.

2013년 개정된 미국 급성중이염 지침(국내 진료에도 준용됩니다)의 요지를 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연령 일측성 경증 양측성 경증 이루 있거나 중증(고열·심한 통증)
6개월 미만 항생제 투여 항생제 투여 항생제 투여
6개월~2세 미만 경과관찰 또는 항생제 항생제 투여 항생제 투여
2세 이상 경과관찰 또는 항생제 경과관찰 또는 항생제 항생제 투여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생후 6개월 미만이거나, 증상이 심하거나, 어린 연령의 양측성이면 즉시 항생제를 씁니다. 반면 2세 이상이고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항생제를 2~3일 미루고 대증치료를 하며 지켜볼 수 있습니다. 이때 증상 시작 후 48~72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나빠지면 그때 항생제를 투여합니다.

1차 선택 항생제는 아목시실린입니다. 내성 폐렴구균을 고려해 고용량(80~90mg/kg/일)을 쓰기도 하고, 조건에 따라 표준용량을 쓰기도 합니다. 치료 기간은 2세 미만이거나 중증이면 10일, 2~5세 경증에서 중등도면 5~7일이 권고됩니다. (짧은 코스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반드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항생제의 종류·용량·기간은 진료 의사가 결정합니다.

부모가 예전에 받았던 약이 남아 있다고 임의로 먹이거나, 좀 나아 보인다고 중간에 끊는 일은 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항생제 임의 복용과 임의 중단은 내성만 키울 수 있으니까요. 판단은 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 전문의의 몫입니다.

다 나은 것 같은데, 왜 또 오라고 할까요

앞서 잠깐 말씀드린 삼출액 이야기입니다. 급성기 증상이 좋아진 뒤에도 중이에 물이 남는 경우가 꽤 많은데요. 통계로 보면 급성기가 지난 뒤 삼출액 잔존율이 2주 후 60~70%, 1개월 후 약 40%, 3개월 후 10~25% 정도입니다.

대개는 시간이 지나며 저절로 흡수됩니다. 하지만 오래 남으면 청력이나 언어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추적 진찰이 필요합니다. “다 나은 것 같은데 왜 또 오라고 하지?”라는 생각이 드셔도, 그 재방문에는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대부분은 잘 낫지만 드물게 유양돌기염(꼭지돌기염), 안면신경 마비, 난청, 아주 드물게는 수막염 같은 합병증이 올 수 있습니다. 방치하지 않고 제때 보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급성 중이염 이후 삼출액 잔존율 변화를 2주·1개월·3개월로 보여주는 막대그래프

병원에 꼭 가야 할 위험신호

경미한 경우라면 48~72시간 정도 지켜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 신호가 보이면 지체하지 않으시길 권해 드립니다.

즉시(응급) 진료가 필요한 경우

  • 39℃ 이상의 고열
  • 귀에서 피나 고름이 나옴
  • 귀 뒤(유양돌기)가 붓거나 붉어짐
  • 아기가 심하게 처지고 축 늘어짐
  • 목이 뻣뻣하거나 반복적으로 토함
  • 뚜렷한 청력 저하

48시간 안에 진료가 권장되는 경우

  • 38℃ 이상의 발열
  • 귀를 자주 만지며 계속 우는 아이
  • 증상이 2~3일 이상 지속됨
  • 중이염을 앓았던 병력이 있는 아이

여기서 온도나 시간 같은 구체적 수치는 대중 의료 매체가 정리한 실용 기준이라는 점을 덧붙입니다. 학회 문헌이 못 박은 확정 컷오프는 아닌데요. 실제 기준은 진료 의사의 판단을 따릅니다. 무엇보다 생후 6개월 미만 영아나 증상이 심한 경우는 위 기준을 따지기 전에 지체 없이 전문의를 찾으시는 게 안전합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예방법

치료보다 나은 건 역시 예방입니다. 다행히 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은데요.

  • 감기 예방이 최우선입니다. 손을 자주 씻기고, 사람 많은 곳이나 감기 환자와의 접촉을 관리합니다.
  • 수유 자세를 지킵니다. 눕혀서 젖병을 물리지 말고 상체를 세워 먹입니다. 우유가 이관으로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젖병을 물고 자는 습관도 피합니다.
  • 예방접종을 챙깁니다. 폐렴구균 백신,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ib) 백신,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은 원인균과 감기를 줄여 중이염 위험을 낮춥니다.
  • 모유수유를 가능하면 적어도 6개월까지 이어갑니다.
  • 간접흡연을 피합니다. 가정 내 흡연은 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참고로 공갈 젖꼭지의 장기 사용이 중이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다만 이는 강한 1차 근거로 확인된 것은 아니어서, ‘그런 견해가 있다’ 정도로만 알아두시면 되겠습니다.

아이가 싱크대에서 흐르는 물에 손을 씻는 모습 — 감기·중이염 예방의 첫걸음인 손 위생
Photo: Kampus Production / Pexels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아이가 귀를 만지고 밤새 보챌 때, 부모의 마음은 정말 타들어 갑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며 다시 확인한 사실은, 급성 중이염은 대부분 잘 낫는 병이라는 것입니다. 겁먹기보다 신호를 알아채고 제때 진료받는 것, 그거면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기가 부모의 손가락을 꼭 쥐고 있는 모습
Photo: Dương Nhân / Pexels

다만 인터넷 정보나 이 글 한 편으로 아이의 치료를 결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정보일 뿐이니까요. 개별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로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아이의 귀는, 아이가 앞으로 세상의 소리를 듣고 말을 배워갈 통로니까요.


본 글은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MSD 매뉴얼(일반인용), 대한의사협회지(JKMA), 소아감염학회지(KJPID) 등의 자료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일반 정보 제공이 목적이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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