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봉 귀 청소, 귀지는 썩지 않고 안으로 밀립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오랫동안 그랬습니다.
샤워를 끝내고 나오면 귀가 먹먹한 느낌이 들고, 그러면 손이 자동으로 면봉 통으로 갔는데요.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 같은 것이었습니다. 면봉 끝에 뭔가 묻어 나오면 “오늘도 잘 닦았다” 싶었고요.
제가 그렇게 하게 만든 문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읽은 겁주는 말이었는데요.
“샤워 끝나고 귀 속으로 면봉 쑤셔 넣으시는 분들? 그 귀지가 안에서 썩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려고 자료를 모으면서, 저 문장부터 틀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귀지는 썩지 않습니다.
의학 문헌은 귀지를 부패하는 물질로 기술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귀 안쪽을 지키는 분비물 쪽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니 “안에서 썩고 있다”는 표현은 성립하지 않는데요.
다만 이 말이 “그럼 면봉 써도 되네”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귀지는 썩는 게 아니라, 면봉에 밀려 안쪽으로 들어가 외이도를 막습니다. 이걸 귀지전색이라고 부르는데요.
썩는 게 아닐 뿐, 면봉을 귓구멍 안으로 넣는 습관은 전혀 다른 네 가지 문제를 만듭니다. 귀지전색, 외이도염, 외이도진균증, 그리고 고막 천공입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문장은 이것입니다.
위험한 건 ‘샤워 후’라는 시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깊이까지 넣는 것’과 ‘그걸 매일 반복하는 것’입니다.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 “물기는 닦되, 귓구멍 안으로는 넣지 않는다.”
먼저 정정합니다 — 귀지는 ‘썩는 물질’이 아닙니다
귀지(이구)는 외이도 바깥쪽 피지샘과 이구선에서 나온 분비물에, 떨어져 나온 죽은 피부세포와 털이 섞여 만들어진 물질입니다. 음식물처럼 미생물이 분해해 부패하는 덩어리가 아닌데요.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외이도염’ 항목에서 귀지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지방 성분이 많아 물기가 스며드는 것을 막아주고, 산성을 띠고 있어 세균이 증식하는 것을 억제하며, 라이소자임 같은 항균성 물질을 지니고 있다고요.
즉 문헌이 기술하는 귀지의 기본 성질은 ‘썩는 물질’이 아니라, 오히려 ‘썩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물질’에 가깝습니다.
다만 여기서 솔직하게 덧붙일 한계가 있습니다
귀지의 항균 작용이 확립된 사실은 아닙니다. 저도 처음엔 귀지가 감염을 막아준다는 식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려다 멈췄는데요.
시험관(in vitro) 연구에서는 귀지가 대장균·황색포도상구균·녹농균·인플루엔자균, 그리고 아스페르길루스·칸디다 같은 곰팡이의 생존율을 낮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반대쪽 근거도 분명히 있습니다. 1960년대까지의 연구들은 항균 근거를 거의 찾지 못했고, 귀지가 오히려 대장균 증식을 촉진했다는 상반된 연구도 존재합니다. 살균 효과를 보고한 실험 상당수가 실제 귀 환경과 다른 인공 완충액 조건에서 이뤄졌다는 지적도 있고요.
그래서 이 글은 “귀지가 감염을 막아준다”고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근거가 받쳐주는 서술은 여기까지입니다 — 귀지는 세균이 자라기 어려운 약산성 환경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적으로 단단한 건 임상에서 관찰된 간접 근거 쪽입니다. 외이도가 알칼리 쪽으로 기울면 외이도염과 연관된다는 관찰이 국내 연구진의 연구(Kim & Cho, 2009)와 만성 외이도염 환자를 본 연구(Martinez-Devesa 등, 2003)에서 보고됐습니다. 산성 환경이 유지되는 게 중요해 보인다, 정도로 읽으면 충분합니다.
참고로 인터넷에 도는 ‘귀지의 pH는 몇이다’ 같은 숫자는 이 글에 쓰지 않았습니다. 확인해 보니 귀지 자체의 pH를 측정한 연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널리 인용되는 값은 사람이 아닌 동물 자료이거나, 귀지가 아니라 외이도 ‘피부’ 표면을 잰 값이었습니다. 국내 공식 자료도 숫자 없이 “산성을 띠고 있어”라고만 씁니다.
그럼 냄새와 분비물은 뭔가요
이게 중요합니다. 귀에서 냄새가 나거나 진물 같은 것이 나온다면, 그건 ‘썩은 귀지’가 아닙니다.
감염 신호입니다. 외이도염이나 외이도진균증의 분비물일 가능성이 높고, 드물게는 외이도 콜레스테아토마·각화성 폐색증처럼 각질이 뭉치는 질환일 수도 있습니다.
냄새가 난다 = 더 열심히 파야 한다가 아니라, 냄새가 난다 = 진료 대상이라는 뜻인데요. 이 방향을 반대로 알고 계시면 상황이 나빠지기만 합니다.
면봉이 실제로 만드는 문제 네 가지

1. 귀지전색(cerumen impaction) — 가장 흔한 결과입니다. 면봉이 귀지를 밖으로 꺼내는 게 아니라 안쪽으로 밀어 넣어, 외이도를 막아버리는 것인데요. 난청·이충만감(먹먹함)·이명·가려움·통증으로 이어집니다.
2. 외이도염(otitis externa) — 면봉이나 귀이개로 난 상처에 습기가 더해지면 세균이 자리를 잡습니다. 특징적인 증상은 통증인데, 귓바퀴를 잡아당기면 더 아파지는 것이 신호입니다. 가려움·먹먹함·청력 저하도 같이 옵니다.
3. 외이도진균증(otomycosis) — 면봉 등에 의한 외이도 피부 외상이 소인이 됩니다. 가려움·통증·난청·이충만감과 함께 분비물이 생기고, 심하면 외이도가 “젖은 신문지” 같은 덩어리로 찹니다. 흔한 원인균은 아스페르길루스와 칸디다입니다.
4. 외상성 고막 천공 — 면봉이나 귀이개가 고막에 직접 닿아 뚫는 경우입니다. 난청·이명·외이도 출혈이 나타나고, 심하면 통증이 동반됩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귀를 파거나 면봉 사용 시 외이도나 고막에 상처를 내는 경우가 많고, 이렇게 난 상처를 통하여 감염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학회 재단(AAO-HNSF)의 2017년 임상진료지침도 같은 방향입니다. 환자에게 “면봉이나 작은 물체로 귀를 청소하지 말라고 조언하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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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이 말리는 것은 ‘면봉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것을 외이도 안으로 넣는 행동입니다.
귀지는 원래 스스로 밖으로 나옵니다

이 부분을 알고 나면 면봉을 넣을 이유 자체가 줄어듭니다.
귀지는 외이도 바깥쪽 3분의 1, 그러니까 연골부에서만 만들어집니다. 고막에 가까운 안쪽(골부)에는 귀지를 만드는 샘이 없습니다. 그러니 안쪽 깊은 곳에 귀지가 뭉쳐 있다면, 그건 대개 누군가가 밀어 넣은 것입니다.
그리고 귀는 스스로 청소합니다. 외이도 피부 자체가 고막에서 바깥쪽으로 컨베이어벨트처럼 이동하면서 귀지와 각질을 실어 나르는데요. 이걸 상피이동(epithelial migration)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씹고 말할 때의 턱 관절 운동이 더해져 배출을 돕습니다.
속도는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1964년 잉크점을 찍어 관찰한 고전적 실험에서는 하루 약 0.05 mm, 2021년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외이도 평균 하루 약 0.145 mm로 보고됐습니다. 하루 0.05~0.15 mm 정도, 문헌이 비유하는 표현으로는 ‘손톱 자라는 속도’입니다.
느려 보이시죠. 그래도 충분합니다. 증상이 없다면 정기적으로 귀지를 제거할 의학적 필요는 없다는 것이, 지침과 국내 이비인후과 설명의 공통된 입장이니까요.
진짜 위험 요인은 시점이 아니라 ‘깊이’와 ‘습관’입니다
여기서 제목의 함정을 하나 걷어내겠습니다.
“샤워 후 면봉이 평소 면봉보다 더 위험하다”를 비교해서 측정한 연구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타이밍은 연구된 변수가 아닌데요. 오히려 일본이비인후과학회는 “입욕 후 젖은 귀를 가볍게 닦는 정도는 무난”하다고 안내합니다.
그러니 “샤워 후에는 면봉 쓰지 마세요”로 끝내면, 나머지 시간의 면봉질은 허락하는 이상한 결론이 됩니다. 제가 이 글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오해가 그것입니다.
샤워 후든 평소든, 외이도 안으로 면봉을 넣는 행위 자체가 문제입니다.
젖은 상태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건 기전까지입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건강정보는 “물에 불어난 피부는 약한 접촉에도 쉽게 벗겨지는데, 외이도에 상처가 나면서 녹농균이나 포도상구균 등에 감염”된다고 설명합니다. 귀는 피부가 부드럽고 약한 부위라 작은 마찰에도 상처가 나기 쉽다고도 덧붙이고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젖어 있을 때는 피부가 더 약해집니다. 그래서 그때 면봉을 넣으면 상처가 더 쉽게 납니다. 하지만 위험의 뿌리는 ‘젖었다’가 아니라 ‘넣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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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어 있을 때는 피부가 더 약해집니다. 그래서 그때 넣으면 상처가 더 쉽게 납니다.
물기는 닦되, 귓구멍 안으로는 넣지 않습니다

혼동하기 쉬운 지점이라 따로 떼어 씁니다. 귀의 물기를 관리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되는 예방 수칙입니다. “귀를 말리지도 말라는 건가” 하고 받아들이시면 안 됩니다.
✅ 해도 되는 것
- 목욕·수영 후 귓바퀴와 귀 입구의 물기를 수건으로 가볍게 닦기
- 물이 들어갔다면 그쪽 귀를 아래로 향하게 두어 저절로 흘러나오게 하기
- 필요하면 헤어드라이어를 30cm 정도 떨어뜨려 약한 바람으로 말리기
- 수영할 때 귀마개 사용하기
❌ 하면 안 되는 것
- 물을 빼겠다고 면봉이나 손가락을 외이도 안으로 넣어 후비는 것
- 귀이개(쇠·대나무)로 안쪽을 파내는 것
- 이어캔들, 자가 세척(주사기로 물 쏘기)
정책브리핑은 면봉·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두 행동을 분리해서 기억하시면 됩니다.
“물기는 닦되, 귓구멍 안으로는 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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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할 때는 귀마개를, 물이 들어갔다면 고개를 기울여 빼는 것까지가 안전한 관리입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체감이 잘 안 되실 수 있어 수치를 하나 가져왔습니다.
미국 국립전자상해감시체계(NEISS) 자료를 분석한 2017년 연구(The Journal of Pediatrics)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0년까지 18세 미만 소아의 면봉 관련 귀 손상 응급실 내원이 추정 263,338건이었습니다.
- 연평균 약 12,500건
- 하루 평균 약 34명
- 손상 당시 상황이 “귀 청소 중”인 경우가 73.2%
- 환자 본인이 면봉을 쥐고 있던 경우가 76.9%
- 손상률이 가장 높은 연령은 0~3세(10만 명당 32.2명)
- 가장 흔한 동반 진단은 이물과 고막 천공
하루 34명의 아이가 면봉 때문에 응급실에 갑니다. 그리고 그 손상의 4분의 3이 ‘귀를 청소하다가’ 생겼습니다.
여기서 따라오는 결론은 단순합니다. 아이 귀는 부모가 면봉으로 닦지 않습니다. 보이는 귓바퀴와 입구를 수건으로 닦아주는 것까지입니다.
고막은 대개 낫습니다. 그래서 안심하면 안 됩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외상성 고막 천공은 대부분 한 달 이내에 자연 재생으로 회복되고, 수개월이 지나도 닫히지 않으면 고막성형술을 고려합니다. 회복될 때까지는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치료의 핵심은 이차감염 예방입니다.
“그러니 뚫려도 괜찮다”는 뜻이 아닌데요. 낫는 동안 감염을 막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몇 주를 감수할 이유가, 애초에 없습니다.
귀가 막히면 생기는 일 — 귀지전색
귀지전색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미국 자료 기준으로 유병률이 이렇게 보고됩니다.
| 집단 | 유병률 |
|---|---|
| 소아 | 약 10% |
| 건강한 성인 | 약 5% |
| 요양시설 노인 | 최대 57% |
| 인지장애 환자 | 약 36% |
다만 이 수치는 미국 자료입니다. 국내 귀지전색 유병률 통계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을 솔직히 밝혀 둡니다.
증상은 난청(전음성 난청)·이충만감·귀 통증·이명·가려움·어지럼·악취입니다. 외이도가 완전히 막히면 소리가 고막까지 전달되지 않아 잘 안 들리게 되는데요. 이 경우에는 귀지를 제거하면 청력이 돌아옵니다.
물론 “귀지를 빼면 난청이 낫는다”로 일반화하면 곤란합니다. 귀지전색으로 막힌 경우에 한한 이야기이고, 노인성 난청 같은 다른 원인은 구분이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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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이 갑자기 대화를 못 알아듣기 시작했다면, 나이 탓으로만 넘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본인이 말하지 못하는 분들이 더 위험합니다
AAO-HNSF 2017 지침이 특히 지목하는 고위험군은 소아, 노인, 치매 등 인지장애가 있는 분, 그리고 보청기 사용자입니다.
지침은 증상을 스스로 호소하기 어려운 집단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라고 권고하고, 보청기를 착용한 사람은 내원할 때마다 이경 검사로 귀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어르신이 갑자기 대화를 못 알아듣기 시작했을 때, 나이 탓이나 인지 저하로만 넘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귀지가 원인인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집에서 해도 되는 것, 조건부, 절대 안 되는 것

| 방법 | 판정 |
|---|---|
| 귓바퀴·귀 입구만 수건·거즈로 닦기 | 권장 |
| 면봉을 외이도 안으로 넣기 | 금지 |
| 귀이개(쇠·대나무)로 파내기 | 금지 |
| 이어캔들(귀 촛불 요법) | 금지 |
| 귀지연화제 점적 | 조건부 |
| 물·식염수 자가 세척(주사기 등) | 사실상 비권장 |
| 흡입형 귀 청소기·카메라 이어픽 | 비권장(근거 확인 안 됨) |
| 이비인후과에서 현미경·내시경 하 제거 | 권장(증상 있을 때) |
이어캔들은 ‘논란’이 아니라 ‘하지 말 것’입니다
이건 양시양비로 쓰지 않겠습니다.
AAO-HNSF 2017 지침은 이어캔들을 권하지 말 것을 별도 권고로 명시합니다. 미국 FDA는 화상·고막 천공·녹은 왁스에 의한 외이도 폐색 위험을 들어 사용하지 말라고 소비자 경고를 냈습니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어캔들을 의료기기로 오인하게 만드는 거짓·과대광고 20개 업체를 적발해 행정조치를 요청하고 사용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많이들 오해하시는 지점이 하나 있는데요. 태우고 난 뒤 관 안에 남는 갈색 잔여물은 귀에서 빨려 나온 불순물이 아니라 양초 자체가 타고 남은 것입니다. 귀에 대지 않고 그냥 태워도 똑같이 생깁니다.
특히 소아에게 위험합니다. 쓰지 마시길 권해 드립니다.
귀지연화제는 ‘조건부’입니다
올리브오일·베이비오일·과산화수소·탄산글리세린 같은 연화제를 넣는 방법인데요. 여기서도 근거의 한계를 솔직히 말씀드리는 게 맞겠습니다.
2018년 코크란(Cochrane) 리뷰의 결론은 근거의 질이 낮다는 것입니다. 5일간 점적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완전 제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있지만 단일 연구에 기반하고, 유성 제제와 수성 제제 사이의 차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도 없습니다. 물·생리식염수가 상용 제제보다 낫다는 근거도, 못하다는 근거도 없고요. 다만 10개 연구에서 중대한 이상반응이나 응급 상황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 고막이 온전하고 아래의 금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비교적 안전한 편이지만, 자기 고막 상태를 모르는 채로는 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의료진이 확인하고 권한 경우에 쓰는 방법으로 생각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가 세척과 흡입형 기기
물이나 식염수로 귀를 씻어내는 세척(irrigation)은 AAO-HNSF가 인정하는 정식 치료 옵션이 맞습니다. 단, 전제가 있습니다. 시행 전에 고막을 눈으로 확인해 천공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집에서는 그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는 자가 세척 방법을 적지 않았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세척으로 인한 고막 천공이 0.2%, 현훈(어지럼)이 0.2% 보고됐습니다.
흡입형 귀 청소기나 카메라가 달린 전동 이어픽은 어떨까요. 유효성·안전성에 대한 지침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지침이 인정한 방법은 연화제·세척·기구를 이용한 수기 제거 세 가지뿐이고, 셋 다 외이도를 보면서 하는 처치를 전제로 합니다. 광고 문구는 근거가 아니니까요. 이 글에서 특정 제품을 권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런 분은 어떤 자가 제거도 시도하지 마세요
여기는 꼭 읽고 넘어가셨으면 합니다.
- 고막 천공이 있거나 천공 이력이 있는 분 — 세척 시 중이로 물이 들어가고, 온도 자극으로 심한 어지럼이 생길 수 있습니다
- 고막 환기관(튜브)을 넣은 분, 귀 수술 이력이 있는 분
- 급성 중이염·외이도염 등 귀에 염증이 있는 상태
- 당뇨가 있는 분 — 세균 감염이 더 흔하고, 악성(괴사성) 외이도염의 위험군입니다
- 면역저하 상태인 분(항암치료·면역억제제 등) — 경미한 외상에도 감염 위험이 높습니다
- 한쪽 귀만 안 들리는 분, 어지럼이 동반된 분
해당되신다면 자가 처치 대신 진료가 먼저입니다.
병원에서는 어떻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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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는 내시경이나 현미경으로 외이도와 고막 상태를 먼저 확인한 뒤 제거합니다. 집에서 할 수 없는 게 정확히 이 부분입니다.
AAO-HNSF가 인정하는 치료는 세 가지입니다. 귀지연화제(물·생리식염수 포함), 세척, 기구를 이용한 수기 제거. 그리고 지침은 어느 한 방법이 다른 방법보다 우월하다고 입증되지 않았다고 적습니다. 상태에 따라 의료진이 고르는 문제라는 뜻인데요.
비용이나 보험 적용 여부는 이 글에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단순 제거인지 염증을 동반한 상태인지, 그리고 의료기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방문 전에 해당 의료기관에 문의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참고로 경향신문(2026년 6월)은 일본 이비인후과 전문의 스즈키 가나의 견해로 “2주에 한 번 정도, 귓구멍 입구 부분을 가볍게 닦는 정도면 충분하다”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건 학회 공식 권고가 아니라 개별 전문의의 의견입니다. 한·미 지침에는 청소 ‘주기’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증상이 없으면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게 원칙이니까요.
이럴 땐 병원에 가세요
증상이 애매할 때 기준이 되도록, 세 단계로 나눠 정리했습니다.
1단계 · 즉시 진료 (그날 바로, 야간이면 응급실 고려)
- 귀에서 피·맑은 액체·고름이 흐른다(이루)
- 갑자기 안 들린다 (특히 한쪽 귀의 급성 난청)
- 심한 귀 통증, 또는 면봉·귀이개를 넣은 직후 통증과 함께 출혈
- 심한 어지럼·구토·균형 장애, 눈떨림
- 얼굴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안면마비)
- 고열을 동반한 귀 통증
- 당뇨·면역저하가 있는 분의 심하고 지속되는 귀 통증 (악성 외이도염 의심)
- 귀에 이물(면봉 솜·벌레 등)이 들어가 빠지지 않는다
2단계 · 당일~수일 내 진료
- 한쪽 귀가 계속 먹먹하다, 물속에 있는 것 같다
- 점진적인 청력 저하, TV 소리를 자꾸 키운다
- 이명(삐- 소리)이 새로 생기거나 지속된다
- 가려움이 며칠 이상 계속되거나, 긁을수록 심해진다
- 냄새나는 분비물이 나온다
- 샤워·수영 후 통증이 생겨 낫지 않는다 (귓바퀴를 당기면 아프다면 외이도염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 보청기 사용자가 소리가 작아졌다거나 하울링이 늘었다
- 아이가 귀를 자꾸 만지고 보채며 잘 못 듣는 것 같다
- 어르신이 갑자기 대화를 못 알아듣기 시작했다
3단계 · 경과관찰 (집에서 관리, 증상이 생기면 위 단계로)
- 증상 없이 귀 입구에 귀지만 보인다 → 그냥 두거나 입구만 닦습니다
- 샤워 후 잠깐 먹먹했다가 금방 좋아졌다 → 고개를 기울여 물을 빼고 잘 말립니다
- 가끔 가렵지만 금세 사라진다 → 파지 말고 지켜봅니다
관리 원칙은 네 줄로 끝납니다. 귓바퀴와 귀 입구만 수건으로 가볍게 닦기 / 외이도 안으로는 아무것도 넣지 않기 / 목욕·수영 후 물기 말리기 / 수영할 때 귀마개 쓰기.

안내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귀 증상은 원인이 다양하고 자가 판단이 어렵습니다. 증상이 있거나 지속되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자료를 다 읽고 난 뒤, 저는 면봉 통을 세면대 위가 아니라 서랍 안쪽으로 옮겼습니다. 화장을 지울 때나 쓰려고요. 손이 자동으로 가지 않게 하는 게 생각보다 큰 차이였는데요.
귀지가 썩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만들어낸 습관은 진짜였고, 그 습관이 만드는 문제도 진짜입니다.
샤워 끝나고 귀가 먹먹하시면, 고개를 기울여 물을 빼고 입구만 가볍게 닦아 주세요. 그리고 먹먹함이 며칠째 그대로라면, 그때는 면봉이 아니라 병원입니다.
귀 안쪽은 원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이니까요.
참고자료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외이도염 / 외상성 고막 천공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건강정보) — 귀에 들어간 물 억지로 빼지 마세요 / ‘이어캔들’ 조심하세요…귀·얼굴 화상 입을 수도(식약처 보도)
-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 외상성 고막의 천공
- AAO-HNSF, Clinical Practice Guideline (Update): Earwax (Cerumen Impaction), Otolaryngol Head Neck Surg. 2017;156(1S):S1–S29
- AAFP, Cerumen Impaction: Diagnosis and Management, 2018 (유병률 수치)
- The Journal of Pediatrics, 2017 — Pediatric Cotton-Tip Applicator–Related Ear Injury Treated in United States Emergency Departments, 1990-2010 (NEISS)
-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8 — Ear drops for the removal of ear wax
- J Laryngol Otol, 2021 — The rate and pattern of otic epithelial migration: systematic review
- Kim JK, Cho JH. Change of External Auditory Canal pH in Acute Otitis Externa. Ann Otol Rhinol Laryngol. 2009;118(11):769-772
- Martinez-Devesa P, et al. External auditory canal pH in chronic otitis externa. Clin Otolaryngol Allied Sci. 2003;28:320-324
- US FDA — Don’t Get Burned: Stay Away From Ear Candles
- NCBI StatPearls — Cerumen Impaction Removal / Ear Irrigation
- Cleveland Clinic — Fungal Ear Infection (Otomycosis)
- 경향신문, 2026-06-06 — 샤워 후 습관적 귀지 닦이 면봉 조심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