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외이도염, 초콜릿색 귀지의 진짜 원인

강아지 외이도염, 초콜릿색 귀지의 진짜 원인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순서를 거꾸로 밟았습니다.

목욕을 시킨 다음 날이었는데요. 개를 안았더니 귀 쪽에서 쿰쿰한 냄새가 올라왔습니다. 귀를 들춰 보니 초콜릿색에 가까운 축축한 귀지가 묻어 있었고, 그날부터 개는 뒷발로 귀를 긁고 머리를 세차게 털기 시작했습니다.

검색창에 증상을 넣었더니 답이 너무 쉽게 나왔습니다. “목욕할 때 물이 들어가서 곰팡이(효모)가 번식한 것.” 저는 그 길로 귀 세정제를 샀고, 면봉도 함께 샀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세 군데가 틀렸습니다.

강아지 외이도염에서 습기가 문제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물은 방아쇠를 당기기 쉽게 만드는 조건일 뿐이고 반복되는 외이염의 최다 배경은 알레르기라는 것, 귀지 색으로는 원인을 확정할 수 없고 표준은 현미경 검사라는 것, 그리고 세정제를 귀에 넣는 일은 ‘고막이 온전하다’는 수의사 확인 뒤에야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마지막 항목이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순서를 바꾸면 청력이 걸린 문제가 되니까요.

먼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과 처방은 수의사의 몫입니다. 이미 귀에서 고름이 나오거나 통증으로 만지지 못하게 한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는 것보다 오늘 병원에 가시는 편이 낫습니다.

소파에 엎드린 반려견의 늘어진 귀 주변을 보호자가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 보는 밝은 실내 장면

Photo: Ron Lach / Pexels


강아지 외이도염은 국내에서도 내원 사유 상위입니다

우리 집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2018년 11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서울·전주 지역 동물병원 11곳의 진료기록 15,531건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예방접종을 뺀 진단 순위가 이렇습니다.

순위 진단 비율
1 피부염·습진 6.4%
2 외이염 6.3%
3 설사 5.2%
4 구토 5.0%

분석 대상 개의 평균 나이는 4.8세였고, 1~3세가 53%, 10세 이상이 17.3%였는데요. 연령별 흐름이 눈에 띕니다. 3세 이하는 설사·구토 같은 소화기 문제가 많았지만, 4세를 넘기면 피부염·습진과 외이염이 가장 많아집니다. 국내 견종 경향으로는 말티즈와 푸들에서 외이염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다만 이 자료는 2018년 발표이고 표본이 서울·전주 11개 병원으로 제한적입니다. 전국을 대표하는 통계처럼 읽지는 말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더 최신 국내 전국 단위 자료는 저도 찾지 못했습니다.

해외 자료도 자릿수가 비슷합니다. 영국 1차 진료 코호트 VetCompass(2016년 데이터, 2021년 발표)는 진료 중인 개 905,554마리 중 무작위 22,333마리를 분석해 1년 기간 유병률 7.30%(95% CI 6.97~7.65)를 보고했습니다. 개 100마리 중 7마리 정도가 1년 안에 외이염으로 병원에 온다는 뜻입니다.

흔하다는 말은, 뒤집으면 “흔해서 대충 넘기기 쉽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왜 개의 귀는 유독 잘 붓는 걸까요

사람 귀와 구조가 다릅니다.

개의 외이도는 바깥쪽 수직 이도약 75도로 꺾여 안쪽 수평 이도로 이어지고, 그 끝에 고막이 있습니다. 국내 기사에서 흔히 ‘ㄴ’자 구조라고 부르는 그 모양인데요. 이 꺾임 때문에 한번 들어간 물이 중력만으로는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습하고, 어둡고, 따뜻한 상태가 이어지면 원래 귀에 살던 세균과 효모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여기에 늘어진 귀가 이도 입구를 덮어 환기를 막고, 이도 안 털이 많은 견종도 같은 이유로 불리합니다. 실제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앞의 VetCompass 분석에서 선 귀(erect)를 기준으로 했을 때 늘어진 귀는 1.76배, V자로 접힌 귀는 1.84배 위험이 높았고, 체중 40kg 이상은 10kg 미만 대비 2.35배였습니다.

견종별 오즈비(교잡견 대비)는 이렇습니다.

위험이 높은 견종 OR 위험이 낮은 견종 OR
바셋하운드 5.87 치와와 0.20
샤페이 3.44 보더콜리 0.34
래브라두들 2.95 요크셔테리어 0.49
비글 2.54 잭러셀테리어 0.52
골든리트리버 2.23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건 영국 데이터라 국내 인기 견종 분포와 다릅니다. 국내 이야기를 할 때는 앞의 농촌진흥청 자료(말티즈·푸들)나, 국내 수의사들이 임상에서 자주 언급하는 푸들·시츄·코커스패니얼·닥스훈트·페키니즈 같은 늘어진 귀 견종 쪽을 보시는 편이 맞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단서 하나.

구조는 ‘소인’이지 ‘원인’이 아닙니다. 귀 모양이 똑같아도 알레르기가 없는 개는 평생 외이염 없이 지내기도 하니까요.

개의 외이도 구조 도해 - 수직 이도가 약 75도로 꺾여 수평 이도와 고막으로 이어지는 'ㄴ'자 단면


“물 들어가서 곰팡이”는 절반만 맞습니다

제가 가장 크게 착각했던 부분입니다.

수의피부과에서는 외이염의 원인을 하나로 보지 않습니다. PSPP라는 네 층위로 나눠 봅니다.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 겹쳐서 생기고, 그래서 재발한다는 것이 이 분류의 핵심 메시지인데요.

분류
1차 원인 정상 귀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병 자체 알레르기(아토피·식이 알레르기), 귀 진드기·데모덱스, 이물(풀씨·까끄라기), 갑상선기능저하증·부신피질기능항진증, 각질화 이상, 종양·폴립
2차 원인 이미 비정상이 된 귀에서 기회를 잡는 미생물 말라세지아(효모), 포도상구균, 녹농균, 그리고 약물 반응·과다 세정
소인 요인 원인은 아니지만 위험을 높이는 조건 ‘ㄴ’자 이도 구조, 늘어진 귀, 이도 내 털·분비선 과다, 습기(수영·목욕), 잦은 목욕, 귀 제품의 부적절한 사용
영속 요인 만성 염증이 만든 변화로, 낫는 것을 막음 이도 협착·섬유화, 이도 연골 석회화, 중이염, 자정 기능 상실

표에서 ‘효모’가 어디 있는지 보시면 됩니다. 2차 원인입니다.

그러니까 효모는 원인이라기보다 결과에 가깝습니다. 진짜 질문은 “왜 효모가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됐는가”이고, 반복되는 경우 그 답은 대개 알레르기입니다.

수의피부과 문헌을 보면 외이염이 있는 개의 43~75%에서 아토피 피부염이 1차 원인으로 지목되고, 만성 재발성 외이염에서는 31~50%입니다. 급성 및 만성 재발성 외이염 100마리를 후향 분석한 자료에서도 가장 흔한 1차 원인은 알레르기 피부염 43마리였고, 그다음이 풀 까끄라기 12마리, 귀 진드기 7마리였습니다. 피부과 의뢰 진료 기준으로는 만성 외이염의 약 75%가 아토피성 질환과 연관된다는 서술도 있습니다.

독일에서 개 321마리(외이염 163마리 대 대조군 158마리, 2020~2021년 진료 데이터)를 후향 분석한 연구에서도 알레르기 질환이 있으면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습니다(p=0.002). 리트리버 계열도 위험이 높았고(p<0.001), 성별·중성화 여부·나이는 유의한 연관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습기는 뭘까요

여전히 중요합니다. 다만 위치가 다릅니다.

MSD 수의 매뉴얼은 환경이나 수영으로 인한 과도한 습기를 명확한 소인 요인으로 두고, 예방책으로 “이도를 건조하고 통풍이 잘 되게 유지”, “목욕할 때 물이 이도에 들어가지 않게 하기”, “자주 수영하는 개는 수렴제 사용 검토”를 제시합니다. 물이 들어가면 이도 안 습도와 pH가 올라가고 표피가 물러지면서(침연) 방어막이 약해지니까요.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물이 들어가는 것은 방아쇠를 당기기 쉽게 만드는 조건이지, 총 자체는 아닙니다.

그래서 목욕 뒤 한 번 생긴 외이염이라면 습기 관리로 충분할 수 있지만, 연 2~3회씩 반복된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감염만 반복해서 잡고 기저 알레르기를 놔두면 재발 사이클이 끝나지 않습니다. 반복된다면 제외식이 시험이나 환경 알레르기 검사 같은 기저 원인 조사가 필요한데, 이건 보호자가 혼자 설계할 영역이 아니라 수의사와 진행할 영역입니다.

참고로 아토피견을 대상으로 한 치료식 관련 연구가 2026년 수의피부과 학술지에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저는 원문 수치까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특정 사료를 지목하거나 효과를 단정하는 이야기는 이 글에서 하지 않겠습니다.

흰 수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쉬는 닥스훈트, 늘어진 귀가 또렷하게 보이는 장면

Photo: Peter Jochim / Pexels


초콜릿색 귀지, 색으로는 원인을 가리지 못합니다

제가 두 번째로 착각한 부분입니다.

겉보기와 흔히 대응되는 원인이 있긴 합니다. 참고용으로만 보시면 좋겠습니다.

겉보기 흔히 시사하는 것 비고
갈색~검은색의 축축하고 기름진 왁스형 분비물 말라세지아(효모) 과증식 가려움이 심한 경우가 많음
마르고 부슬부슬한, 커피 찌꺼기 같은 검은 딱지 귀 진드기(Otodectes cynotis) 어린 개·다두 가정에서 상대적으로 흔하고 전염됨
누런/녹색 고름, 강한 악취, 심한 통증 세균성(특히 녹농균) 가능성 만성·난치 경향, 반드시 진료

문제는 이 셋이 겉보기로 꽤 비슷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세균·진드기·효모가 섞인 혼합 감염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래서 표준 진단은 눈이 아니라 현미경입니다. 귀 분비물 세포검사(ear cytology)인데요. Vet Times는 “임상 징후만으로는 진단할 수 없으며, 세포검사는 초기 검사의 필수 요소“라고 못 박습니다. 진드기는 미네랄 오일 표본으로 무염색 관찰하고, 세균·효모는 염색 표본으로 확인합니다. 채취는 양쪽 귀 모두 합니다.

한 가지 더 알아두면 마음이 편해지는 사실이 있습니다.

정상적인 귀에도 말라세지아는 고배율 시야당 3~4개 정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곰팡이가 나왔다”는 말 자체가 병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수가 많은지, 군집을 이루는지, 염증세포·각질과 함께 보이는지로 판단합니다.

귀 진드기도 오해가 많습니다. 개보다 고양이에서 더 흔하고, 개 중에서는 자견에서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한 조사에서 개 581마리 중 25마리(4.3%)가 양성이었고, 3개월 이하 4.65% / 3~6개월 3.61%였습니다. 다만 진드기는 밀접 접촉으로 다른 개·고양이에게 옮기 때문에, 한 마리에서 발견되면 가정 내 모든 개와 고양이를 함께 치료해야 합니다.

병원에서 하는 순서

  •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 — 피부 가려움, 발 핥기, 계절성 같은 알레르기 단서를 함께 봅니다.
  • 검이경(오토스코프) 검사 — 이도 상태와 고막의 온전함, 협착 같은 만성 변화를 확인합니다. 통증이 심하면 진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귀 분비물 세포검사 — 표준 검사입니다.
  • 배양·항생제 감수성 검사 — 막대균(간균)이 보이거나 치료가 잘 안 될 때 합니다.
  • CT/MRI — 중이염이 의심될 때는 X-ray보다 이쪽이 권장됩니다.

여기서 하나 더. Vet Times는 국소 치료를 끝내는 시점도 증상이 아니라 재검사로 정하라고 씁니다. 세포검사에서 세균·효모가 보이지 않고 염증세포도 없을 때 비로소 중단한다는 것인데요. “이제 안 긁으니까 약을 끊는다”가 재발의 흔한 출발점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세정제를 넣기 전에, 고막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 딱 한 문장만 가져가신다면 이 문장이면 좋겠습니다.

귀에 액체를 넣는 일은 ‘고막이 온전하다’는 수의사 확인 뒤에 해야 안전합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고막이 뚫린(천공) 상태에서 귀에 넣은 액체는 중이·내이로 흘러들어가 청력과 평형을 담당하는 신경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독성(ototoxicity)이라고 부르는데요. MSD 수의 매뉴얼은 여러 성분이 이독성을 일으킬 수 있고 고막이 온전하지 않으면 그 위험이 더 커진다고 명시하면서, 고막이 파열된 경우에는 세제·계면활성제 성분을 금기로 두고 생리식염수 같은 순한 세정만 쓰도록 합니다.

“우리 개 건 순한 귀지 녹이는 제품인데요”라고 물으신다면, 그것도 예외가 아닙니다. Vet Times는 스쿠알렌을 제외한 귀지용해·용매 제품은 고막이 온전하지 않으면 이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기술합니다. 시판 세정제에 흔히 들어가는 이소프로필 알코올 역시 중이·내이에 닿으면 자극성과 이독성이 있습니다.

그럼 고막이 멀쩡한지 어떻게 아느냐. 여기가 핵심입니다.

보호자는 눈으로 알 수 없습니다. 검이경을 가진 수의사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만성 외이염에서는 고막 문제가 드물지 않습니다. 보고에 따라 만성 외이염의 52~82.6%(자료에 따라 “최대 80%”)에서 중이염이 동반된다고 합니다. 더 곤란한 사실도 있는데요. 중이염이 있는 개의 70%는 고막이 온전해 보였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즉 “고막이 멀쩡해 보인다”가 “중이는 괜찮다”를 뜻하지 않습니다. 전문가가 봐도 어려운 판단이라는 얘기입니다.

압력도 문제가 됩니다. Cornell 수의대는 세정제 용기 끝을 귀에 밀착시켜 세게 짜 넣으면 밀폐 상태에서 압력이 걸려 고막이 터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액체를 ‘주입’한다는 감각보다 ‘채운다’는 감각이 맞습니다.

그래서 순서는 이렇게 되어야 합니다.

① 이상 신호 발견 → ② 병원에서 검이경·세포검사 → ③ 수의사가 정해 준 방법·제품·주기로 집에서 관리.

특히 처음 귀 이상이 생긴 개, 통증이 심한 개, 이미 냄새나 고름이 있는 개는 자가 세정 대상이 아닙니다. 진료 대상입니다.

햇살 드는 창가 소파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는 반려견 - 진료를 앞두고 차분한 모습

Photo: Josh Sorenson / Pexels


수의사 확인 뒤의 귀 세정, 순서는 이렇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집에서 할 일입니다. 앞의 전제가 충족됐다는 가정 아래에서요.

  1. 세정제로 이도를 채웁니다. 개가 직접 넣는 걸 싫어하면 화장솜에 충분히 적셔 쓰는 대안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용기 끝을 귀에 밀착시켜 세게 짜 넣지 않습니다.
  2. 귀 아래쪽 기저부를 부드럽게 30초 정도 마사지합니다. 액체가 이도 안에서 움직이는 “촐랑” 소리가 날 정도면 됩니다. 이 과정이 굳은 귀지를 풀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밀어 올립니다.
  3. 개가 스스로 머리를 털게 둡니다. 이때 노폐물이 밖으로 나옵니다.
  4. 화장솜이나 탈지면으로 겉만 닦습니다. 깊이는 손가락이 편하게 들어가는 정도, 약 한 마디까지입니다. 안쪽에서 시작해 귓바퀴 쪽으로 닦아냅니다.
  5. 아파하는 신호가 보이면 즉시 중단하고 병원에 갑니다.

귀 세정 5단계 순서와 절대 쓰지 말아야 할 것 - 면봉, 과산화수소, 알코올, 식초, 사람용 귀약, 과다 세정

빠진 단계가 하나 있다는 걸 눈치채셨을 수도 있습니다. 네, 면봉이 없습니다.

면봉을 쓰지 않는 진짜 이유

“깊게만 안 넣으면 괜찮지 않나요”라고 저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깊이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면봉은 귀지를 안쪽으로 더 밀어 넣고, 이도 점막에 상처를 내며, 고막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Cornell 수의대와 국내 수의사들의 설명이 일치합니다. 신성우 수의사는 “면봉을 사용하면 오히려 귀 점막이 손상될 수 있고 이물질을 귀 안쪽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정확한 표현은 이렇습니다. 이도 안에는 면봉을 넣지 않습니다. 화장솜·탈지면으로 손가락 한 마디 깊이까지 겉만 닦습니다.

얼마나 자주 해야 할까요

여기는 자료마다 숫자가 다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딱 떨어지는 답이 없습니다.

  • Cornell 수의대 — 유지 관리는 1~2주에 한 번. 감염 치료 중에는 수의사 지시 아래 하루 1회까지 할 수 있습니다.
  • 국내 수의사(서정욱 수의사) — 마찬가지로 1~2주에 한 번 정도.
  • 비르박 코리아 자료 — 일반적으로 한 달 1~2회, 물놀이 후나 더운 날씨엔 더 자주.

폭이 꽤 넓습니다. 그래서 하나로 단정하기보다는 “개체와 귀 상태에 따라 다르고, 담당 수의사가 정해 준 주기가 기준”으로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다만 방향은 자료들이 일치합니다. 원칙은 ‘귀지나 이물이 보일 때’이고, 과도한 세정은 오히려 자극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Cornell). PSPP 분류에서도 잦은 목욕과 귀 제품의 부적절한 사용은 소인 요인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앞의 표에서 ‘과다 세정’이 2차 원인 칸에 적혀 있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매일 파듯 닦을수록 좋다”는 틀린 말입니다. 관찰이 먼저고 세정은 그다음입니다.

절대 쓰지 말아야 할 것

  • 과산화수소(옥시풀)·소독용 알코올·식초·에센셜 오일 — Cornell은 “알코올이나 과산화수소가 든 용액은 피하라”고 명시합니다. 이미 염증이 있는 조직을 자극하고 건조시키며, 물기를 남겨 오히려 감염 환경을 만들고, 근본 원인은 하나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 인터넷에 도는 식초 희석 레시피 — 염증이나 궤양이 있는 이도에는 심한 통증과 악화를 부를 수 있습니다. 고막 상태를 모르는 상태라면 더욱 위험합니다.
  • 사람용 귀약, 예전에 처방받고 남은 귀약 재사용 — 이번 원인균이 지난번과 다를 수 있고, 고막 상태도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 목욕 시 귀에 물이 들어가게 두기 — 끝난 뒤 귀 주변 물기를 닦고 말려 주십시오.

새 제품을 개 귀에 쓰기 전에는 수의사에게 먼저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AVMA도 같은 취지로 안내합니다.

귀털은 뽑아야 할까요

여기는 의견이 갈립니다. 그리고 갈린다는 사실 자체를 말씀드리는 게 정직할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통풍을 좋게 해 외이염을 예방한다며 미용할 때 관행적으로 뽑았습니다. 반면 최근 다수 견해는 거칠거나 불필요한 발모가 미세한 상처와 염증을 만들어 오히려 감염 위험을 높인다고 봅니다. 그래서 난치성 외이염 치료 목적처럼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권하는 흐름입니다.

한편 이도 안에 털이 많은 것 자체는 PSPP상 소인 요인으로 분류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털이 많은 게 불리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습관적으로 뽑는 게 정답은 아닙니다. 게다가 이 항목은 고품질 대조 연구가 부족한 영역입니다. “무조건 뽑아라”도 “절대 뽑지 마라”도 근거가 충분치 않으니, 담당 수의사와 상의해 개별적으로 정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흰 테이블 위 라벨 없는 무지 용기와 부드러운 흰 수건을 함께 놓은 밝은 정물

Photo: ROMAN ODINTSOV / Pexels


방치하면 어디까지 가는가

겁을 주려는 게 아니라, 왜 “그냥 좀 긁는 것”으로 넘기면 안 되는지를 말씀드리려는 것입니다.

1. 이혈종(aural hematoma)

격렬하게 머리를 흔들거나 긁으면 귓바퀴 피부와 연골 사이 혈관이 터져 피가 고입니다. 귀가 두껍고 물렁하게 부으며 따뜻하고 아픕니다. 흔히 “긁어서 피멍이 들었다”고 표현하는 상태와는 다릅니다. 이건 병원 치료 대상입니다.

대부분 이미 있던 귀 감염·알레르기·이물이 배경이라, 귀 자체를 치료하지 않으면 재발합니다. 치료는 배액 후 봉합 수술, 배액과 약물 주입 등이 있고 반복 내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방치하면 염증이 흉터를 만들어 귀가 쭈그러들고(콜리플라워 귀), 심하면 이도 입구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2. 중이염(otitis media)

앞에서 말씀드린 그 숫자입니다. 만성 외이염에서 보고에 따라 절반 이상에서 80% 이상까지 동반됩니다.

3. 내이염과 신경 손상

전정와우신경이 손상되면 머리 기울임·안구 진탕·비틀거림·청력 저하가 나타납니다. 안면신경이 손상되면 얼굴이 한쪽으로 처지고 눈을 깜빡이지 못할 수 있고, 교감신경이 눌리면 호너 증후군이 옵니다.

여기서 가장 무거운 대목은 이것입니다. 감염이 잘 치료돼도 안면 마비나 머리 기울임이 영구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특히 치료 시작 3~4주 뒤에도 남아 있다면요.

4. 말기 귀(end-stage ear)와 수술

반복된 염증은 이도 협착, 자정 기능 상실, 분비선 증식, 섬유화, 이도 연골 석회화를 만듭니다. 이 단계가 되면 세정으로 노폐물을 빼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내과 치료가 듣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수단으로 전이도 절제와 고실 절골술(TECA-BO) 같은 수술을 고려하게 됩니다. 국내에서도 연 2~3회 이상 반복되는 만성 사례나 폴립·종양이 있는 경우 수술을 검토한다고 설명합니다.

연 2~3회. 이 숫자를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그 정도로 반복된다면 세정제를 더 열심히 쓸 게 아니라, 기저 원인을 찾는 검사를 받을 때라는 신호니까요.


이런 신호면 오늘 병원으로

아래 중 하나라도 있으면 자가 관리 대상이 아닙니다. 세정을 시도하지 마시고 진료를 받으십시오.

  • 귀를 만지려 하면 비명·으르렁·회피 등 심한 통증을 보일 때
  • 귀에서 악취가 나거나 누런·녹색 고름이 나올 때
  • 귓바퀴가 물풍선처럼 붓고 두꺼워졌을 때 (이혈종 의심)
  •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일 때
  • 비틀거리거나 중심을 못 잡을 때, 빙빙 돌 때
  • 눈동자가 저절로 떨릴 때 (안구 진탕)
  • 얼굴이 한쪽으로 처지거나 눈을 깜빡이지 못할 때 (안면신경 마비)
  • 부르는 소리에 반응이 둔해졌을 때 (청력 저하)
  • 이도가 빨갛게 붓고 좁아져 입구가 거의 막혔을 때
  • 며칠 이상 지속되거나 연 2~3회 이상 반복될 때
  • 처음 겪는 귀 이상일 때 (고막 상태와 원인균 확인이 필요합니다)

특히 머리 기울임·비틀거림·안구 진탕·얼굴 마비는 염증이 중이나 내이까지 번졌을 가능성을 뜻합니다. 이 단계는 시간이 갈수록 후유증이 남을 위험이 커집니다.


재발을 줄이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근거가 확인된 것만 적겠습니다.

햇살 아래 편안히 엎드린 반려견의 귀 주변을 보호자가 손으로 살짝 들어 올려 주는 장면

Photo: ROMAN ODINTSOV / Pexels

  • 목욕·수영 후 관리 — 물이 이도에 들어가지 않게 하고, 끝난 뒤 귀 주변 물기를 닦아 말립니다. 자주 수영하는 개는 수의사와 상의해 수렴제 사용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 건조와 통풍 — 늘어진 귀는 가끔 들어 올려 말려 주십시오.
  • 세정보다 관찰이 먼저 — 주기적으로 귀 안쪽을 ‘보는’ 습관을 들이면 냄새·발적·분비물 변화를 일찍 잡을 수 있습니다.
  • 반복된다면 알레르기 확인 — 감염 치료만으로는 끝나지 않습니다. 제외식이 시험이나 환경 알레르기 검사는 수의사와 진행합니다.
  • 체중·내분비질환 관리 — 앞의 독일 321마리 연구는 내분비질환과 과체중이 겹칠 때 위험이 높아진다며, 내분비질환이 있는 개의 엄격한 체중 관리를 예방책으로 권고했습니다.
  • 치료 종료 시점을 임의로 정하지 않기 — 증상이 아니라 재검사로 판단합니다.
  • 과다 세정과 제품 오용 피하기 — 둘 다 소인 요인입니다.

  • [내부링크: 관련 글 – 강아지 발 핥기, 아토피와 식이 알레르기 구별하기]

  • [내부링크: 관련 글 – 반려동물이 아플 때 보내는 신호]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면서 제일 오래 남은 건 통계가 아니었습니다. 중이염이 있는 개의 70%는 고막이 온전해 보였다는 한 줄이었는데요. 전문가가 검이경으로 들여다봐도 그 정도인데, 저는 그날 손전등도 없이 귀를 들춰 보고 원인을 다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세정제를 샀습니다. 순서가 거꾸로였습니다.

지금 제가 바꾼 건 딱 하나입니다. 귀에서 냄새가 나면 세정제 뚜껑을 여는 대신 병원 예약을 먼저 잡습니다. 세정은 그다음에, 수의사가 정해 준 방법과 주기로 합니다. 재미없는 결론이라는 걸 압니다. 다만 귀 안쪽은 제 눈이 닿지 않는 곳이니까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수의학적 진단·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외이염은 원인이 여러 층으로 겹치는 질환이라 겉모습만으로 원인을 확정할 수 없습니다. 귀 세정제를 포함한 어떤 액체도 고막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귀에 넣지 마시고, 사람용 약이나 남은 처방약을 임의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반려견에게 귀 이상 신호가 보이면 자가 처치보다 동물병원 진료를 먼저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Otitis Externa in Animals — MSD Veterinary Manual, Otitis Media and Interna in Animals — Merck Veterinary Manual, How to Clean Your Dog’s Ears — Cornell University Riney Canine Health Center, O’Neill et al. Frequency and predisposing factors for canine otitis externa in the UK — Canine Medicine and Genetics 2021 (VetCompass),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병원 진료 기록 기반 반려견 내원 이유 분석 (2018-11-14), Canine otitis externa: reviewing available management options — Vet Times, Cat and dog ear cytology – a guide on what to do, what for and when — Vet Times, Diagnosing and Treating Chronic and Recurrent Otitis Externa — Today’s Veterinary Practice, Can We Minimize the Risk of Dogs Developing Canine Otitis Externa? A Retrospective Study on 321 Dogs — Animals, Hematoma of the Ear in Dogs — VCA Animal Hospitals, Total Ear Canal Ablation and Bulla Osteotomy (TECA-BO) — VCA Animal Hospitals, Otitis Media/Interna and Neurologic Deficits — MSPCA-Angell, Otitis Media and Otitis Interna — Veterian Key, Otodectic Mite — Companion Animal Parasite Council, 강아지에게 가장 흔한 귀 질환 ‘외이도염’의 치료와 관리법은? — 헬스경향, 골치 아픈 강아지 외이염…평소 관리가 핵심 — 헬스경향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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