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견 치매 증상, 밤에 벽 보고 하울링한다면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주제를 조사하기 전까지 ‘개도 치매에 걸린다’는 말을 반쯤은 비유로 알고 있었습니다.
나이 들어 멍해진 걸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는 거라고요. 그런데 자료를 읽을수록 그게 비유가 아니었습니다. 노령견 치매는 정식 명칭이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Canine Cognitive Dysfunction Syndrome) 인 신경퇴행성 질환이고, 사람 알츠하이머 연구에서 자연발생 동물 모델로 쓰일 만큼 병리가 닮아 있었습니다.
밤마다 벽을 멍하니 쳐다보고, 새벽에 서성이고, 이유 없이 길게 짖는 것. 이건 실제로 문헌에 나오는 임상 징후입니다.
다만 이 글에서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따로 있는데요.
그 증상만 보고 “치매인가 보다” 하고 넘기는 것이, 이 병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입니다.
CDS는 다른 병을 전부 배제한 뒤에야 내리는 ‘배제 진단’이기 때문입니다. 관절통, 시력·청력 상실, 고혈압, 갑상선 질환, 요로감염, 심지어 지금 먹고 있는 약이 똑같은 모습을 만듭니다. 그중 상당수는 치료가 됩니다.
이 글은 코넬대 수의대, 2023 AAHA 노령동물 진료 가이드라인, 2025년에 나온 체계적 문헌고찰과 수의사 설문 연구를 근거로 정리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밤 증상이 시작되면 노화 탓으로 넘기지 말고 진료를 받으세요. 둘째, 영양제는 ‘필수’가 아닙니다. 셋째, 가장 근거가 탄탄한 건 환경과 일과를 바꾸는 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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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벽을 보고 짖는 것 — 노령견 치매의 실제 신호들
수의학에서는 CDS 증상을 여섯 개 영역으로 나눠 봅니다. 앞글자를 따서 DISHAA라고 부르는데요. Gary Landsberg 박사가 개발했고, 2023년 AAHA 노령동물 진료 가이드라인에 표준 스크리닝 도구로 수록돼 있습니다.
| 영역 | 실제로 나타나는 모습 |
|---|---|
| D — 방향감각 상실 | 벽이나 허공을 멍하니 응시함, 가구 뒤나 구석에 끼여 빠져나오지 못함, 가족을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림, 익숙한 집에서 길을 잃음 |
| I — 상호작용 변화 | 이름이나 말에 대한 반응이 줄어듦, 친한 사람이나 함께 살던 개를 못 알아봄, 인사하러 나오거나 따라다니는 행동이 줄어듦 |
| S — 수면각성주기 | 수면 패턴이 무너짐, 밤에 서성이거나 짖음(하울링), 낮에 잠이 많아짐 |
| H — 배변 실수 / 학습·기억 | 신호를 보내지 않고 실내에 배변함, 잠자리 근처에서 배변함, 배웠던 ‘앉아’·’기다려’를 잊음 |
| A — 활동성 변화 | 놀이·산책에 흥미가 줄거나, 반대로 목적 없이 같은 자리를 맴도는 반복 행동이 늘어남 |
| A — 불안 | 환경 변화에 예민해짐, 분리불안이 심해짐, 새로운 자극에 대한 공포 반응이 늘어남 |
각 항목을 0점(없음)부터 3점(심함)까지 매겨 시간에 따른 변화를 추적하는 방식입니다. 점수 자체보다 “석 달 전과 비교해 몇 점이 올랐는가” 를 보는 도구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왜 하필 밤에 심해질까요
증상이 저녁 무렵부터 악화되는 경향은 문헌에도 기록돼 있습니다.
하루의 피로가 쌓이고, 주변 자극이 줄고, 빛이 바뀌면서 혼란과 불안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사람 치매에서 말하는 ‘일몰 증후군’과 비슷한 양상인데요. 그래서 보호자가 CDS를 처음 의심하게 되는 계기도 대개 낮이 아니라 밤입니다.
새벽 3시에 거실을 도는 발소리. 문 앞에서 아무도 없는 쪽을 보고 길게 우는 소리.
이게 문헌에서 말하는 ‘수면각성주기 장애’의 정확한 모습입니다.
설문 하나만 보고 단정하면 안 되는 이유
CDS 평가 도구는 DISHAA 말고도 여럿 있습니다. 13문항으로 구성돼 총점 50점을 넘으면 CDS를 시사하는 CCDR, 17문항으로 경도·중등도·중증까지 단계를 나눠 초기 발견에 상대적으로 강한 CADES, 대규모 연구인 Dog Aging Project에서 쓰는 CSLB(50점 이상이 임상적 기준) 같은 것들입니다.
도구가 많다는 건 아직 확립된 표준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2025년에 나온 문헌 리뷰는 이렇게 못 박습니다. “항목이 적은 설문 하나만 사용하면 오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DISHAA도 CCDR도 확진 도구가 아니라 스크리닝 도구입니다. CCDR은 진단 정확도가 약 98.9%로 보고되지만, 증상이 이미 심할 때 신뢰도가 높은 편이라 초기 발견에는 약합니다.
그러니 집에서 체크리스트를 채워 보시는 건 좋습니다. 다만 그 결과지는 결론이 아니라 병원에 들고 갈 자료로 쓰시는 게 맞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치매가 아닐 가능성’을 지우는 것입니다
여기가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모든 소스가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CDS는 다른 질병을 배제해서 내리는 진단(diagnosis of exclusion)입니다. Today’s Veterinary Practice는 “기저 질환을 먼저 찾아 관리해야 하므로 수의학적 평가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강조할까요. 증상이 겹치는 병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 범주 | 배제해야 할 것 | 왜 치매처럼 보이나 |
|---|---|---|
| 통증 | 골관절염, 치과 질환, 피부 질환 | 아프면 상호작용이 줄고 밤에 안절부절못하며 서성입니다. 게다가 만성 통증 자체가 스트레스원이 되어 인지저하를 실제로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
| 감각 상실 | 백내장 등 시력 저하, 청력 상실 | 안 보이니 부딪히고, 안 들리니 이름에 반응하지 않고, 밤이면 불안해합니다 — 방향감각 상실·상호작용 감소로 오인됩니다 |
| 내분비 | 갑상선기능저하증, 쿠싱증후군, 당뇨병 | 무기력,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이 잦아짐, 행동 변화 |
| 순환·대사 | 고혈압, 간질환, 신장질환 | 야간 배뇨 증가, 혼란, 행동 변화 |
| 비뇨기 | 요로감염, 요실금 | 배변 실수를 ‘치매 증상’으로 오인하기 쉽습니다 |
| 신경 | 뇌종양, 발작, 그 밖의 구조적 뇌질환 | 영상검사로 배제하는 영역입니다 |
| 약물 부작용 |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벤조디아제핀계, 항경련제 등 | 진정, 혼란, 야간 배뇨 증가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
마지막 줄을 한 번 더 보셨으면 합니다.
지금 다른 병 때문에 먹이고 있는 약이, 그 증상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를 쓰고 있거나, 발작 때문에 항경련제를 먹고 있거나, 불안 때문에 벤조디아제핀계 약을 쓰고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진료 때 복용 중인 약과 영양제를 전부 적어 가시는 것만으로도 진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어떤 순서로 확인할까요
2025년 리뷰가 제안하는 진단 흐름은 대략 이렇습니다.
- 병력 청취 → 신체검사와 함께 신경학적·정형외과적 검사
- 혈액검사(CBC·혈액화학·갑상선 패널), 혈압 측정, 요검사
- 흉부 방사선, 복부 초음파
- 여기까지 정상이면 → MRI로 구조적 병변 배제, 뇌척수액 검사, 보호자 행동 설문
그런데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솔직히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렸는데요.
2025년 미국 수의사 31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신경학적 검사를 시행한 비율은 49.2% 였습니다. MRI나 CT를 쓴 비율은 1.9% 였고요. 스크리닝 설문지를 쓴다는 수의사는 32.4%뿐이었습니다. 치료를 권고하지 못하는 이유 1위는 ‘지식 부족'(46.8%)이었습니다.
이걸 병원을 탓하려고 적는 게 아닙니다. 보호자가 물어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뜻으로 적습니다.
“혹시 통증이나 다른 원인일 가능성도 확인해 볼 수 있을까요?”
이 한 문장이 검사의 범위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료 갈 때 밤 증상을 찍은 짧은 영상과 증상이 나타난 시각 기록을 가져가시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진료실에서는 대부분의 개가 멀쩡해 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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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흔한가 — 그런데 진단은 2%도 되지 않습니다
나이가 절대적인 위험 인자입니다. 콜로라도 주립대가 8세 이상 개 1,079마리를 조사한 결과는 이렇습니다.
| 연령 | 유병률 |
|---|---|
| 8~11세 | 8.1% |
| 11~13세 | 18.8% |
| 13~15세 | 45.3% |
| 15~17세 | 67.3% |
| 17세 초과 | 80% |
다만 이 수치를 그대로 외우시면 곤란한데요. 자료마다 값이 꽤 다릅니다.
전통적으로 인용되는 다른 연구는 11~12세에서 28%, 15~16세에서 68%를 보고합니다. 11~13세 구간만 봐도 18.8%와 28%로 차이가 나는데, 평가 도구와 표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8세 이상 전체로 보면 연구에 따라 14~35%, 보호자 인터뷰 기반 연구까지 넣으면 22.5~73.5%까지 벌어집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11~13세에 약 20~30%, 15세 이상에서는 절반을 훌쩍 넘습니다.
Dog Aging Project(15,019마리)에서는 다른 변수를 통제했을 때 나이가 한 살 늘 때마다 CDS 확률이 52% 증가했습니다. 신경계·눈·귀 질환 병력이 있는 개는 같은 나이 기준으로 확률이 약 2배였습니다.
진짜 문제는 저진단입니다
숫자 세 개만 기억하셔도 됩니다.
- 보호자 설문 기준 유병률은 14.2%인데, 실제 수의사가 진단한 비율은 1.9% 였습니다.
- 7세 이상 개의 75%가 행동 변화를 보였지만, 수의사에게 보고된 것은 12% 뿐이었습니다.
- 2025년 리뷰의 표현은 이렇습니다. “유병률이 과소평가되고 있으며, 2% 미만만이 CDS 진단을 받는다.“
저진단의 원인으로 지목된 건 세 가지입니다. 보호자가 노화 탓으로 돌리는 것, 확립된 진단 도구가 부족한 것, 그리고 수의사도 CDS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는 것.
첫 번째가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항목입니다.

한국의 상황
여기서 하나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위 유병률은 전부 해외 연구 기반입니다. 국내 노령견의 CDS 유병률이나 진단 건수에 해당하는 공식 통계는 찾지 못했습니다.
대신 반려동물 고령화 통계는 있습니다. 한국리서치와 서울대 수의대 수의인문사회연구실이 2025년 3월 반려인 2,002명을 조사한 결과인데요.
- 10살 이상 반려동물과 사는 가구가 38.3%
- 8살 이상을 기르는 가구는 52.4%
- 13살 이상 반려동물이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1% (다른 연령대는 약 20%)
- 반려동물의 질병·죽음에 정서적으로 준비됐다고 답한 비율은 46.9% — 돌봄 준비(56.3%)나 재정 준비(53.1%)보다 낮았습니다
절반이 넘는 가구가 8살 이상 반려동물과 살고 있는데, 정서적 준비는 절반이 안 됩니다. 이 간극이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양제, 꼭 먹여야 할까요
여기서 제가 원래 알고 있던 걸 정정해야 했습니다.
“노령견에게 항산화제와 오메가3는 꼭 먹여야 한다.” 이 말을 여러 곳에서 봤는데요. 근거를 확인해 보니 ‘꼭’이라고 말할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2025년 GeroScience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이 2002~2023년 연구 30편을 분석했습니다. 품질 평가 점수 중앙값은 16점(범위 7~24)이었고, 통계적 검정력 계산을 제시한 연구는 11%에 불과했습니다. 결과를 성분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성분 | 근거 수준 | 내용 |
|---|---|---|
| 오메가3 (EPA/DHA) | 비교적 강함 (고용량에서) | DHA 33~67.5mg/kg 구간에서 효과. 학습 관련 효과가 가장 일관적이었습니다 |
| MCT(중쇄지방산) | 중등도 | 식이 내 5.5~6.5% 포함 시 실행기능·시공간 기능 개선 |
| SAMe | 중등도 | 실행기능 개선. 다만 연구가 3편뿐입니다 |
| 아포에쿠오린 | 중등도 | 학습·실행기능 개선, 용량 의존적 |
| 호모타우린 | 중등도 | 고품질 시험 1편 |
| 항산화제 단독(폴리페놀, 비타민 E·C) | 약함 | “단독으로는 효능이 미미했다“ |
| 포스파티딜세린 | 약함 | 복합 제형에서만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
| 트립토판 | 효과 없음 | 2건 시험 모두 인지 기능에 긍정적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
| 리포산 또는 아세틸-L-카르니틴 단독 | 효과 없음~부정적 | 일부 연구에서 오히려 학습을 악화시켰습니다 |
주의해야 할 결과도 있었습니다.
고용량 비타민 C(11mg/kg 초과)는 오히려 산화촉진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지적됐습니다. 좋은 걸 많이 주면 더 좋을 거라는 직관이 통하지 않는 영역입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있는데요. 리포산과 아세틸-L-카르니틴은 각각 단독으로는 무효이거나 오히려 나빴는데, 둘을 함께 쓰면 기억이 개선됐습니다. 저자들도 “보조제가 대부분 복합 제형으로 투여돼 개별 성분의 기여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적었습니다.
성분 하나를 골라 사서 먹이는 것과, 수의사가 처방한 처방식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대표 처방식 임상시험 — 성과와 한계를 같이 봐야 합니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근거는 2018년 Frontiers in Nutrition에 실린 처방식 시험입니다. 24개 동물병원에서 87마리를 등록해 90일간 진행한 무작위·이중맹검·위약대조 다기관 시험이었습니다.
결과는 좋았습니다. MCT 6.5% + 브레인 프로텍션 블렌드(오메가3·B군 비타민·항산화제·아르기닌)를 급여한 군에서 DISHAA 6개 영역 모두가 90일 시점에 유의하게 개선됐고, 88%가 개선되거나 악화되지 않았습니다. 대조식은 6개 중 4개만 개선됐고, 방향감각과 사회적 상호작용이라는 핵심 인지 영역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계도 같이 적어야 공정합니다.
- 연구비 전액을 Nestlé Purina Research가 부담했고, 저자 다수가 Purina 소속입니다.
- 평가가 전적으로 보호자 설문에 의존했습니다. 편향과 위약효과 가능성이 있습니다.
- 대조식조차 해당 유효성분 대부분을 AAFCO 최소치 이상으로 함유하고 있었습니다. 대조군도 일부 효과를 받았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 MCT 9% 군은 유의성 도달에 실패했습니다(기호성 문제로 6마리가 중도 탈락).
- 효과 크기가 산출되지 않았습니다. 개선·변화없음·악화의 범주형 보고뿐이었습니다.
좋은 연구이지만, “이걸 먹이면 좋아진다”의 근거로 쓰기엔 조건이 붙습니다.
현장 수의사들의 평가는 냉정합니다
2025년 1~5월 미국 수의사 318명 설문에서, 보조제를 권고한다는 응답은 88.8%였습니다. 약물 83.9%, 환경 수정 79.5%, 식이 변경 63.5%, 운동 48.4% 순이었고요.
그런데 정작 현행 치료의 효과에 대해서는 56.6%가 “약간 효과 있음”, 35.4%가 “중등도 효과 있음” 이라고 답했습니다.
약 90%의 수의사가 지금의 치료를 ‘약간에서 중등도’로만 평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대치를 낮춰 잡으시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확히 잡으시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야 실망하고 중단하는 일도, 과하게 돈을 쓰는 일도 줄어드니까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보조제와 처방식은 수의사와 상의해 고려해 볼 수 있는 보조 수단이지, 필수도 치료제도 아닙니다. 다른 약을 먹고 있거나 신장·간 질환이 있는 경우 상호작용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수의사 상담 후에 결정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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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즈워크는 정말 ‘뇌세포를 자극’할까요
이것도 제가 잘못 알고 있던 부분입니다.
“노즈워크로 뇌세포를 끊임없이 자극해 주면 치매가 늦춰진다.” 널리 퍼진 말인데요. 확인해 보니 방향은 맞지만 표현이 앞서 나가 있었습니다.
노즈워크 연구가 실제로 보여준 것은 이렇습니다.
- 노즈워크가 반려견에게 긍정적 판단 편향을 유도했습니다. 실험군은 모호한 자극에 접근하는 잠복시간이 유의하게 줄었고, 대조군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정서 상태 개선의 근거입니다.
- 보호소 개에게 후각 자극을 강화하자 스트레스 관련 행동이 줄고 복지가 향상되는 것과 연관됐습니다.
- 노령견 후각 과제 연구에서는 인지저하 설문 점수와 후각 과제 수행이 상관을 보였습니다. 다만 이건 후각 과제가 평가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뜻이지, 노즈워크가 치료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리고 후각 활동을 다룬 문헌 자체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반려견 복지에 대한 후각 강화의 영향은 아직 광범위하게 연구되지 않았다.“
즉 노즈워크가 CDS 진행을 늦춘다는 직접적인 임상 근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하지 말라는 뜻이냐면, 전혀 아닙니다. 노즈워크는 체력 부담이 적으면서 정신적으로 몰입시킬 수 있는 활동이고, 정서 안정과 복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있습니다. 관절이 아파 오래 걷지 못하는 노령견에게 이만한 활동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치료’가 아니라 ‘삶의 질’의 영역에 놓는 것이 정확합니다.
근거가 더 탄탄한 쪽은 ‘병행’이었습니다
기전 이야기 대신, 훨씬 단단한 근거가 하나 있습니다. Milgram 연구진의 비글 2년 종단연구인데요.
9~12세 비글 48마리를 인지능력이 비슷하도록 네 군으로 나눴습니다. 대조식+대조환경, 대조식+강화환경, 항산화 강화식+대조환경, 항산화 강화식+강화환경. 여기서 ‘행동 강화’란 신체 운동 + 사회적 교류 + 인지 훈련을 말합니다.
결과는 1년 시점에도 2년 시점에도 같았습니다. 식이와 환경을 병행한 군이 가장 정확한 학습을 보였습니다. 각각 단독으로도 효과는 있었지만, 병행이 가장 컸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병리 소견이 갈렸다는 점입니다.
- 항산화 식이군에서만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가 감소했습니다.
- 환경 강화군에서만 뉴런 소실이 감소했습니다.
두 개입이 서로 다른 기전으로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하나만 골라서는 다른 쪽을 얻을 수 없습니다.
2023 AAHA 가이드라인도 같은 방향으로 정리합니다. 항산화·MCT 식이는 환경 강화와 병행할 때 가장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고요.
“영양제만 먹이면 된다”가 아니라 “영양과 환경·활동을 같이 해야 가장 낫다”가 이 연구의 결론입니다.

운동에 대해서도 한 가지만 짚겠습니다
Dog Aging Project에서 비활동적인 개는 매우 활동적인 개에 비해 CDS 확률이 6.47배(95% CI 2.93–17.23)로 나타났습니다. 숫자만 보면 “운동시키면 치매를 막는다”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저자들이 직접 단서를 달았습니다. “인지가 떨어져서 덜 움직이게 된 것일 수도 있다.” 관찰 연구라 인과를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앞서 본 콜로라도 주립대 조사에서는 활동 수준 차이가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p=0.31).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적겠습니다. 운동은 관절과 근육, 그리고 하루의 리듬을 위해 시키는 것이지, 치매를 막는 처방으로 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지만, 그건 아직 확정된 인과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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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바꿀 수 있는 것 — 환경과 일과
근거가 가장 탄탄하면서 돈도 가장 적게 드는 영역입니다. 2023 AAHA 가이드라인과 Today’s Veterinary Practice가 권고하는 내용을 묶어 정리하겠습니다.

넘어지지 않게 만들기
- 미끄럼 방지 매트나 카펫 러너를 동선에 깔아 마찰력을 확보합니다
- 소파나 침대에 오를 수 있게 램프나 계단을 놓아 줍니다
- 밥그릇과 물그릇을 높여 목과 관절 부담을 줄입니다
- 계단이나 베란다처럼 위험한 곳에는 차단벽을 둡니다
- 발톱을 정리해 그립을 확보하고, 필요하면 보행 하네스를 씁니다
- 동선에서 장애물을 치웁니다. 가구를 옮기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밤을 견딜 수 있게 만들기
- 야간 조명을 켜 둡니다. 시력이 떨어진 개에게는 이것만으로도 혼란이 줄어듭니다
- 백색소음기(사운드 머신) 로 갑작스러운 소리를 덮어 줍니다
- 페로몬 제품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낮에는 햇빛을 볼 수 있게 합니다
- 초인종 소리에 놀라지 않도록 문 앞에 안내문을 붙이는 것도 실제 권고 항목입니다
- 배변 기회를 더 자주 만들어 줍니다. 실수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하루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기
- 식사·산책·취침 시각을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 산책 경로도 되도록 바꾸지 않습니다
- 낮 시간의 활동과 몰입이 야간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낮에 적당히 쓰고, 밤에 자는 리듬을 만드는 것입니다
- 인지 자극은 퍼즐 토이, 먹이 찾기, 새로운 냄새(라벤더 같은), 창밖 보기처럼 감각을 쓰는 종 특이적 활동으로. 강도는 체력에 맞춰 조절합니다
그리고 시점에 대한 권고가 하나 있는데요. AAHA는 예상 수명의 50~75%에 도달하면 인지저하 정기 스크리닝을 시작하라고 권합니다. 국내 수의계 자료에서는 진료기록 분석 기준으로 11살부터를 노령견으로 보고, 소형견은 7살부터 노화가 시작된다고 봅니다.
조기 치료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나온 권고입니다. 증상이 심해진 뒤에 시작하면 되돌릴 수 있는 폭이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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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여기서는 이름과 위치만 적겠습니다. 용량·투여법·구입 방법은 전적으로 수의사의 판단 영역이고, 이 글이 다룰 내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셀레길린(selegiline) — 개 CDS에 대해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유일한 약물입니다. MAO-B 억제제로, 임상시험에서 수면·배변 훈련·활동성 개선이 보고됐고 노령 실험견의 공간 기억과 학습·주의력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었습니다. 효과 발현 시점은 자료마다 달라서, 3주 내에 보호자가 개선을 인지한다는 보고도 있고 4~12주가 걸린다는 자료도 있습니다. 수 주가 걸릴 수 있다 정도로 보시는 게 맞습니다.
- 프로펜토필린(propentofylline) — 뇌혈류 개선 목적의 잔틴 유도체입니다. 단일 약물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 장기 사례에서 셀레길린과의 병용이 더 낫다는 보고가 있지만, 근거 수준은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 멜라토닌 — 야간 증상 보조로 미국 수의사 54.2%가 권고합니다. 다만 강한 근거보다는 임상 관행에 가깝습니다.
- 트라조돈, 가바펜틴, 벤조디아제핀계, 클로니딘 — 야간 불안과 각성에 단기적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 SSRI, 삼환계 항우울제 — 동반된 불안을 조절할 목적으로 쓰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게 있는데요.
벤조디아제핀계와 항경련제, 코르티코스테로이드는 앞서 ‘배제해야 할 원인’에도 등장했던 약입니다. 즉 증상을 완화할 수도, 반대로 증상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셀레길린도 약물 상호작용 주의가 필요한 약으로 알려져 있고요.
그래서 결론은 단순합니다. 사람용 약이나 다른 개가 먹던 약을 임의로 급여하지 마세요. 멜라토닌처럼 흔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진료 때 현재 먹이는 모든 약과 영양제를 빠짐없이 알려 주세요.
그리고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완치는 없습니다. 코넬대도, 국내 수의사 칼럼도 같은 말을 합니다. 약물과 생활 관리로 진행 속도를 늦추고 삶의 질을 지키는 것이 목표이고, 중증이거나 다른 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예후가 나쁩니다.
밤에 못 자는 건 보호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이야기를 빼면 글이 반쪽이 됩니다.
2024년 영국에서 나온 연구(Belshaw 등)는 ZBI(Zarit Burden Interview) 18문항과 DISHAA 18문항을 함께 써서, CDS가 있는 개의 보호자가 유의하게 높은 돌봄 부담을 보고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모형이 데이터 변동의 31.7%를 설명했습니다.
부담이 특히 높게 나타난 조건은 이랬습니다. 혼자 사는 보호자, 25~44세 보호자, 개 나이 8~12세, 실내에서 자는 개, 약을 복용 중인 개, 그리고 CDS가 있는 개.
부담이 가장 컸던 증상 조합은 방향감각 상실 + 배변 실수 + 수면 장애 였습니다. 야간 발성, 야간 활동 증가, 분절된 수면은 보호자에게 정서적 소모와 피로를 직접 유발한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치는 게 당연합니다. 이건 연구로 측정된 현상이지, 보호자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다음인데요. 돌봄 부담의 결과로 보고된 것들이 있습니다. 수의 권고를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것, 안락사를 고려하게 되는 것, 보호자 본인의 우울과 삶의 질 저하. 높은 돌봄 부담이 진단 지연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때로 이른 결정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같은 해 나온 질적 연구에서는 보호자들이 수의 전문가로부터 인지기능장애에 대한 안내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 불충분한 정보가 불확실감과 정서적 고통, 그리고 임종 결정의 어려움을 키웠다고요.
그래서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하나뿐입니다.
혼자 견디지 마시고, 밤 증상과 함께 ‘보호자의 수면 문제’까지 담당 수의사에게 말씀하세요. 그 정보가 들어가면 관리 계획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야간 증상 관리는 개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 전체의 문제로 다뤄지는 영역이니까요.
삶의 질을 평가하고 임종을 고민하는 시점은 보호자마다 다릅니다. 그건 담당 수의사와 함께 내리는 결정이고, 글이 정답을 정해 드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다만 그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 아니라는 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이건 지켜보는 게 아니라, 지금 병원에 가야 하는 신호입니다
CDS의 가장 뚜렷한 특징 하나는 아주 서서히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보호자가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바꿔 말하면, 갑작스러운 변화는 CDS답지 않다는 뜻입니다. 아래 신호는 다른 응급 질환을 시사할 수 있으므로 지체 없이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 갑작스러운 발작
- 수일 내에 급격히 나빠지는 혼란, 비틀거림
-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는 증상
-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할 때
- 먹지 못할 때
- 소변을 보지 못할 때
“어제까지 괜찮았는데 오늘 이상하다”는 상황은 치매의 속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이 글을 끝까지 읽는 것보다 병원에 전화하시는 게 먼저입니다.
조사하면서 가장 오래 남은 건 유병률 표가 아니었습니다.
7세 이상 개의 75%가 행동 변화를 보였는데, 수의사에게 이야기된 건 12%뿐이었다는 숫자였습니다.
나머지는 어디로 갔을까요. 대부분 “늙어서 그런가 보다”라는 한 문장 안으로 들어갔을 겁니다. 저도 그랬을 거고요.
노령견 치매에는 완치가 없습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밤에 서성이는 이유가 치매가 아니라 관절통이거나, 고혈압이거나, 지난달부터 먹기 시작한 약 때문일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그건 확인하면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거창한 준비는 필요 없습니다. 오늘 밤 거실에 작은 야간 조명 하나를 켜 두시는 것, 그리고 몇 시에 어떻게 짖었는지 짧게 기록해 두시는 것. 그 두 가지면 다음 진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알아채는 데 늦은 시점이란 없습니다. 오늘 이상하다고 느끼셨다면, 그게 가장 이른 순간이니까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수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반려견에게 위 증상이 보이면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의 진료를 받으세요. 본문에 언급한 약물·보조제·처방식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급여 여부와 방법은 반드시 담당 수의사와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Cornell University Riney Canine Health Center — Cognitive dysfunction syndrome, Today’s Veterinary Practice — Updates on Cognitive Dysfunction Syndrome, 2023 AAHA Senior Care Guidelines for Dogs and Cats, Animals(MDPI) — Diagnosis of Canine Cognitive Dysfunction Syndrome: A Narrative Review, GeroScience 2025 — Enhancing cognitive functions in aged dogs and cats: a systematic review, Frontiers in Nutrition 2018 — Efficacy of a Therapeutic Diet on Dogs With Signs of CDS, Frontiers in Veterinary Science — Current practices for diagnosis and management of CDS in the United States, Journal of Veterinary Behavior — Risk factors in dogs with presumptive advanced canine cognitive dysfunction, Scientific Reports — Evaluation of cognitive function in the Dog Aging Project, Neurobiology of Aging — Learning ability in aged beagle dogs is preserved by behavioral enrichment and dietary fortification, Veterinary Record 2024 — Owners of dogs with canine cognitive dysfunction report higher levels of caregiver burden, Applied Animal Behaviour Science — Let me sniff! Nosework induces positive judgment bias in pet dogs, 데일리벳 — 10살 이상 동물과 사는 반려가구 38.3%(한국리서치×서울대 수의대,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