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 다음 날 체중 급증, 2주 골든타임은 없습니다

폭식 다음 날 체중 급증, 2주 골든타임은 없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체중계에 올라가기가 무서웠던 아침이 있습니다.

전날 밤에 시켜 먹은 것들이 아직 속에 남아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 날 아침 숫자는 어김없이 1kg 넘게 올라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검색창에 이렇게 칩니다. “폭식 다음 날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폭식 다음 날 갑자기 늘어난 체중은 지방이 아닙니다. 거의 전부가 물과 아직 소화되지 않은 음식의 무게인데요. 그래서 이 글의 목적지는 겁주기가 아니라 안심입니다.

다만 미리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자료를 찾다가, 널리 퍼진 조언 두 가지가 근거를 찾을 수 없거나 오히려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적겠습니다.

아침 햇살이 흰 벽에 빛 조각을 그리는 조용한 실내와 창가의 초록 화분

Photo: hellobyesunny / Pexels


폭식 다음 날 늘어난 1.5kg, 지방이려면 얼마를 먹었어야 할까요

간단한 산수부터 해보겠습니다.

지방조직 1kg에 담긴 에너지는 관습적으로 약 7,700kcal로 계산합니다. 그러니 어젯밤 하루 만에 1.5kg의 지방이 붙으려면, 평소 쓰는 열량보다 약 11,500kcal를 더 드셨어야 합니다.

치킨 한 마리, 피자 한 판, 맥주 몇 캔. 다 합쳐도 11,500kcal에는 한참 못 미칩니다.

그러니 그건 지방이 아닙니다.

참고로 이 7,700kcal 규칙 자체도 근사치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홀(Hall)이 2008년 국제비만학회지에 지적했듯, 체지방량이 많을수록 체중 1kg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누적 에너지가 달라져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는 ‘대략 이 정도 규모’를 보기 위한 도구로만 썼습니다.

실제로 재봤더니 늘어난 건 전부 물이었습니다

계산이 아니라 실측 자료도 있습니다. 저는 이 연구가 이 주제에서 가장 중요한 근거라고 생각하는데요.

2014년 일본 연구진(사가야마 등)이 건강한 남성 10명에게 하루 +1,500kcal씩 사흘 연속으로 더 먹게 했습니다. 사흘을 합치면 잉여 열량이 약 4,500kcal입니다. 신체활동은 평소대로 유지하게 했고요.

결과는 이랬습니다.

측정 항목 사흘 뒤 변화
체중 +0.7kg
체수분(총체수분) +0.7kg
체지방량·체지방률 유의한 변화 없음

늘어난 0.7kg과 늘어난 체수분 0.7kg이 정확히 겹칩니다. 연구진은 통상적인 계산식대로라면 0.5kg 정도의 지방 증가를 예상했다고 적었는데요. 실제로 관찰된 체지방 변화는 통계적으로 잡히지 않았습니다.

하루 1,500kcal씩 사흘을 더 먹었는데도, 늘어난 무게는 물이었습니다.

하루 +1,500kcal씩 사흘 연속 과식 후 체중 +0.7kg, 체수분 +0.7kg, 체지방량·체지방률은 유의한 변화 없음을 나란히 비교한 막대 그래프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이 연구의 과식량은 ‘하루 1,500kcal’ 이고, 4,500kcal은 사흘을 합친 숫자입니다. “하루 4,500kcal을 더 먹어도 괜찮다”는 뜻이 결코 아니니까, 이 부분은 정확하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무게의 정체 — 글리코겐에 딸려온 물과 소화관 속 내용물

그럼 그 물은 어디서 왔을까요.

흰 그릇에 담긴 갓 지은 흰 쌀밥과 송송 썬 파, 위에서 내려다본 컷

Photo: IARA MELO / Pexels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몸은 그것을 글리코겐이라는 형태로 근육과 간에 저장합니다. 그런데 글리코겐은 혼자 저장되지 않는데요. 물을 함께 데리고 들어갑니다.

1970년 올손과 살틴의 고전적인 연구는 근육 글리코겐 1g당 약 3~4g의 물이 함께 저장된다고 제시했습니다. 이 비율대로라면 글리코겐이 500g 채워질 때 물 1,500g이 따라 들어와, 그것만으로 약 2kg이 됩니다. 지방은 0g인데도요.

다만 이 ‘1대 3’을 확정된 상수처럼 받아들이시면 안 됩니다. 2022년 학술지 Nutrients에 실린 리뷰(시오세 등)는 체수분과 저장된 근육 글리코겐의 관계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inconclusive)” 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널리 인용되지만 확정된 숫자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아직 위와 장에 남아 있는 음식과 물의 물리적 무게입니다. 흡수되기 전이라도 체중계는 그 무게를 그대로 읽습니다. 통과에 걸리는 시간은 개인차가 커서, 이번에 국내 공공기관의 확정된 수치는 찾지 못했습니다.

체중계가 읽은 1.5kg을 글리코겐에 딸려온 수분과 소화관에 남은 음식, 그리고 아주 얇은 실제 지방 약 100g 구간으로 나눠 그린 가로 막대 도식

“짠 걸 먹어서 부었다”는 설명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글이 나트륨을 지목합니다. 짠 음식을 먹어서 몸이 물을 붙잡았다는 설명인데요.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체 실험은 이 통설을 뒷받침하지 않습니다.

2000년 미국생리학회지(신장생리)에 실린 히어(Heer) 등의 연구는 건강한 남성 32명을 대사병동에서 통제하며 나트륨 섭취를 하루 50~550mEq까지 무작위로 바꿔봤습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 혈장량은 용량에 비례해 늘었습니다. 가장 많이 먹은 군에서 +315mL.
  • 그런데 총체수분은 늘지 않았습니다.
  • 체중도 늘지 않았습니다.

저자들의 해석은 나트륨이 체액의 총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위치를 재분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직 사이 공간에 있던 물이 혈관 안으로 옮겨간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체중 급증의 주범은 소금이 아닙니다. 글리코겐에 딸려온 수분과, 소화관에 남아 있는 음식입니다.


‘2주 골든타임’의 출처를 끝까지 따라가 봤습니다

이제 이 글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창가 책상 위에 펼쳐놓은 책과 노트, 연필이 놓인 밝은 자료 조사 장면

Photo: Ron Lach / Pexels

“급하게 찐 살은 2주 안에 빼야 한다. 글리코겐은 2주가 지나면 고체 지방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 문장, 어디선가 보셨을 겁니다. 국내 매체와 건강 콘텐츠에서 거의 같은 문장으로 반복됩니다.

저는 이 문장의 출처를 찾아보고 싶었는데요.

국내 기사 어느 곳도 원 논문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2024년 11월 한 여성지 건강 코너 기사가 “글리코겐의 저장 능력 한계치가 2주다”라고 썼고, 다른 매체들이 비슷한 문장을 이어 씁니다. 그런데 기사 원문을 열어보면 “의학·과학논문에 근거한다”고만 적혀 있고, 어떤 연구인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1차 문헌을 직접 뒤졌습니다. PubMed와 Europe PMC에서 glycogen + converts to fat + two weeks, de novo lipogenesis + timing + delay 같은 조합으로 검색했는데요.

‘글리코겐이 저장 후 약 2주가 지나면 지방으로 전환된다’를 실험으로 보인 논문은 한 편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찾지 못했다는 뜻이 아니라, 검색 범위 안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적습니다. 자료가 침묵한 게 아니라, 반대 방향의 자료만 나왔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실제 연구는 정반대를 말합니다

1988년 미국임상영양학회지에 실린 아체슨(Acheson) 등의 실험이 그렇습니다. 글리코겐을 미리 고갈시킨 남성들에게 7일간 극단적인 탄수화물 과식(탄수화물 86%, 하루 약 3,640kcal에서 4,930kcal까지 점증)을 시켰습니다.

  • 인체의 글리코겐 저장 용량은 체중 1kg당 약 15g. 70kg이면 1,000g 안팎입니다.
  • 순(net) 지방 합성이 시작되기 전까지 약 500g을 더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 그리고 저장고가 차자, 7일 안에 이미 하루 약 150g의 지방 합성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 이 실험은 피험자가 단 3명이고, 조건도 어제 저녁 치킨 한 번과는 전혀 다른 극단적 설계입니다. 수치를 그대로 일반화하시면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근거조차 ‘2주 유예’를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를 보여줍니다. 몸은 2주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글리코겐 분자가 지방세포로 ‘굳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글리코겐은 포도당이 사슬로 이어진 다당류라, 필요하면 다시 포도당으로 분해돼 연소됩니다. 잉여 에너지가 지방이 되는 건 그와는 별개의 대사 경로입니다. “굳는다”는 표현은 화학이 아니라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좋은 소식입니다

유예 기간이 없다는 말은 얼핏 무섭게 들리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이렇습니다. 유예가 없는 대신, 하루 폭식으로 실제로 붙는 지방은 100g 남짓입니다. 잉여 열량이 1,000kcal이었고 그게 100% 지방으로 저장된다는 최대치 가정을 해도 130g 정도입니다. 실제로는 소화에 쓰이는 에너지와 무의식적 활동량 증가 때문에 그보다 적고요.

시한이 없으니, 쫓길 이유도 없는 것입니다.

‘2주가 지나면 글리코겐이 지방으로 굳는다’는 통설과 실제로 확인된 문헌(Acheson 1988)을 좌우로 나란히 비교한 팩트체크 카드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변한다”는 그림도 사실은 부차적입니다

하나 더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흰 대리석 상판 위 흰 그릇에 담긴 맑은 국물의 국수와 금빛 숟가락

Photo: kaboompics.com / Pexels

우리는 흔히 ‘남은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변해 쌓인다’고 상상합니다. 이 과정을 신생지방생성(DNL)이라고 부르는데요. 사람 몸에서 이 경로가 차지하는 몫은 생각보다 아주 작습니다.

2001년 미국임상영양학회지에 실린 맥데빗(McDevitt) 등의 연구가 그걸 재봤습니다. 여성 13명에게 96시간 동안 50% 과식을 시키고 중수소 표지로 지방 합성을 측정했습니다.

항목 결과
신생지방생성(DNL) 절대량 하루 2~10g
같은 96시간 동안 늘어난 지방 수지 275g

96시간 과식으로 늘어난 지방 약 275g 가운데 신생지방생성(DNL)이 차지한 몫이 1.5~4%뿐임을 보여주는 가로 비율 막대

275g 중에서 탄수화물이 변해 만들어진 몫은 1.5~4% 수준입니다. 저자들의 결론도 “DNL은 총 지방 수지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였습니다.

그러면 나머지는 어디서 왔을까요. 그때 함께 먹은 지방입니다. 식이 지방은 저장에 드는 에너지 비용이 거의 없어서, 남으면 곧바로 지방조직으로 갑니다.

이 사실이 실무적으로 주는 함의는 이렇습니다. 밥과 면을 노려보며 죄책감을 느끼는 것보다, 어제 무엇을 먹었든 오늘 평소대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정확한 대응이라는 것입니다.


“지방은 글리코겐보다 7배 빼기 힘들다”는 숫자, 이건 어떨까요

이 숫자도 함께 돌아다닙니다. 확인해보니 산술 자체는 성립합니다.

  • 지방조직 1kg ≈ 7,700kcal
  • 체중 1kg어치의 ‘글리코겐+수분’에서 실제 글리코겐은 약 250g ≈ 1,000kcal
  • 7,700 ÷ 1,000 ≈ 약 7.7배

그런데 이 계산이 말해주는 건 딱 하나입니다. 체중계 숫자 1kg을 줄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수분성 체중과 지방에서 다르다는 사실뿐입니다.

여기 어디에도 ‘2주가 지나면 어려워진다’는 시한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수분성 체중은 시간이 지난다고 빼기 어려워지는 게 아니니까요. 정상 식사를 재개하면 저절로 빠집니다.

오히려 이 계산은 반대 방향의 위로로 쓸 수 있습니다. 체중계가 1.5kg 늘었다는 건, 그게 지방이었다면 어제 11,500kcal를 더 드셨다는 뜻입니다. 그러지 않으셨죠. 그러니 지방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음 날 16시간 굶으면 되지 않을까요

여기서 가장 조심스럽게 말씀드려야 할 이야기가 나옵니다.

“폭식 다음 날은 16시간 이상 공복을 유지하고 탄수화물을 절반으로 줄여라.” 흔히 보이는 조언인데요. 이 글에서는 권해 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단순히 “효과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임상에서는 이 행동을 ‘보상행동’으로 분류합니다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의 신경성 폭식증 항목은, 폭식 후 체중 증가를 두려워해 나타나는 극단적 행동으로 다음을 나란히 열거합니다.

  • 구토를 유발하는 것
  • 설사약·관장약·이뇨제 등 하제 남용
  • 폭식 이후 음식을 거부하는 것(절식)
  • 격렬한 운동을 통해 체중을 줄이려는 행동

‘다음 날 굶기’는 이 목록 안에 있습니다. 건강 콘텐츠가 이것을 ‘방법’으로 권한다는 사실이 저는 좀 서늘했습니다.

영국의 섭식장애 자선단체 Beat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식이를 제한하거나 음식에 규칙을 두는 것이 배고픔과 결핍감 때문에 다시 폭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요. 폭식 뒤의 부정적 감정 → 제한 → 다시 폭식이라는 순환이 강화된다는 서술입니다.

간헐적 단식 자체에 대한 자료도 비슷한 방향입니다. 캐나다 청소년·청년 2,762명 조사(간슨 등, 2022)에서 최근 12개월·30일간의 간헐적 단식은 섭식장애 정신병리와 유의하게 연관됐고, 중국 성인 대상 전향적 연구(허 등, 2025)에서도 간헐적 단식 참여는 더 높은 BMI·더 높은 섭식장애 정신병리·더 낮은 직관적 식사와 연관됐습니다.

⚖ 다만 반대 근거도 있어서, 함께 적습니다

한쪽만 보여드리면 공정하지 않으니 반대편도 적겠습니다.

2024년 국제섭식장애학회지에 실린 바르톨로메이(Bartholomay) 등의 연구는 DSM-5로 진단받은 폭식장애 환자 112명을 생태순간평가로 추적했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 식이 제한은 같은 날 이후의 폭식을 예측하지 않았습니다.
  • 치료 과정에서 제한이 줄어드는 것도 폭식 감소와 연관되지 않았고, 이는 기저 식이제한 성향과 무관했습니다.
  • 다만 기저 식이제한 성향이 높은 사람에서는, 오래 굶는 것이 ‘다음 날’ 폭식을 예측했습니다.

저자들의 결론은 “제한이 모든 폭식장애 환자에서 폭식을 유지시킨다는 가정에 도전한다”였습니다. 그러니 “굶으면 반드시 폭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을 읽고도 결론은 바뀌지 않는데요. 다이어트를 강하게 의식하는 분에게는 오래 굶는 것이 다음 날 폭식 위험을 높였고, 그런 분이 바로 폭식 다음 날 검색창을 여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방법이 특별히 잘 빠지지도 않습니다

2025년 BMJ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셈나니-아자드 등)을 보면, 격일 단식만이 지속적 열량제한 대비 평균 -1.29kg의 근소한 우위를 보였고(근거 확실성 중등도), 시간제한 식사를 포함한 다른 간헐적 단식 방식은 지속적 열량제한과 결과가 비슷했습니다.

즉 ’16:8 공복’이라는 프로토콜에 마법이 있는 게 아닙니다. 하물며 하루 폭식의 사후 처방으로서의 근거는 별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효과의 근거는 없고, 위험만 뚜렷합니다.

흰 접시에 고사리·시금치·콩나물·애호박 등 나물 반찬을 색깔별로 담아낸 평범한 한식 한 상

Photo: makafood / Pexels


그래서 오늘 실제로 하면 좋은 것들

여기까지 통설을 두 개 지웠으니, 이제 남은 것을 적겠습니다.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게 이 글의 좋은 소식입니다.

1. 다음 끼니를 평소대로 드십니다.

가장 강한 권고가 이것입니다. 무언가 특별한 조치를 취하는 게 아니라, 어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뿐인데요. 보상이 아니라 복귀입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폭식 뒤의 절식은 임상에서 치료 대상 행동으로 분류되니까요.

2. 며칠 지나가게 둡니다.

글리코겐에 딸려온 물은 평소 식사로 돌아가면 며칠에 걸쳐 저절로 빠집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날 아침에 체중을 재지 않는 편이 마음이 편했는데요. 이건 임상 지침이 아니라 제 경험에서 나온 제안이니, 그 정도로만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3. 평소 활동량을 유지합니다. 보상용 운동이 아니라요.

앞서 본 사가야마 연구에서 피험자들은 신체활동을 평소대로 유지한 상태로 사흘을 과식했고, 그 조건에서 체지방은 유의하게 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격렬한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려는 행동’은 서울아산병원이 명시한 보상행동 목록에 들어 있습니다. 산책, 출퇴근, 평소 하던 운동.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4. 잠은 평소만큼 잡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폭식 다음 날의 수면’에 한정된 직접적인 연구 근거는 이번에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수면 부족과 체중의 일반적 연관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상황에 특화된 처방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특별한 대책이 아니라 평소의 잠, 그 정도로만 적겠습니다.

5. 진짜 문제는 어제 하루가 아니라 빈도입니다.

2000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실린 야노브스키 등의 연구는 성인 195명을 전향적으로 추적했습니다. 9월 말부터 이듬해 2월 말까지, 추수감사절과 연말연시를 통째로 지나며 실제로 늘어난 순 체중은 평균 0.48kg이었습니다. 연휴 기간만 떼어 보면 0.37kg이었고요.

한 계절 내내 실컷 먹어도 실제로 남는 건 0.5kg 안팎입니다. 하루 폭식으로 늘어난 1.5kg과 비교해 보시면, 어느 쪽이 진짜 숫자인지 분명해집니다.

다만 이 연구는 균형 있게 읽어야 하는데요. 그렇게 늘어난 체중이 이후 몇 달간 저절로 빠지지는 않았다는 것도 같은 논문의 보고입니다. 그러니 문제는 ‘어제 하루’가 아니라 해마다 조용히 누적되는 반복입니다. 오늘 굶는 것보다, 다음 달의 빈도를 조금 낮추는 쪽이 훨씬 실질적입니다.

참고로 대한비만학회도 비만 진료지침에서 단기 처방이 아니라 단계적·개별화된 체중 관리와 동반질환의 통합 관리를 권고합니다. 어느 국내외 지침도 ‘폭식 다음 날 16시간 공복’ 같은 사후 처방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이럴 땐 다이어트 정보가 아니라 진료가 필요합니다

여기까지가 ‘불필요하게 겁먹은 분’을 위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아래에 해당하신다면, 필요한 건 식단 정보가 아니라 진료입니다.

구분 신호
폭식 패턴 폭식 삽화가 주 1회 이상, 3개월 넘게 반복된다
통제감 먹는 동안 멈출 수 없다는 느낌이 든다
보상행동 폭식 후 구토·하제·이뇨제·굶기·과도한 운동을 한 적이 있다 (가장 중요한 신호)
자기평가 체형·체중이 자기 가치 평가를 지배한다
감정 폭식 후 심한 수치심·죄책감이 반복되고, 그것이 다시 폭식을 부른다
신체 신호 어지럼·실신·심계항진·근육 경련 (전해질 이상 의심)
정신 신호 우울감이 지속되거나 자해 충동,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
기저질환 당뇨·신장질환·임신 중인데 극단적 식사 조절을 시도하려 한다

아래 중 하나라도 있으면 지체 없이 의료기관을 찾으십시오. 폭식 후 구토를 유발했거나 하제·이뇨제를 쓴 적이 있는 경우, 심한 어지럼·실신·가슴 두근거림·부정맥, 심한 복통·토혈·흑색변, 그리고 폭식 후의 자해 충동이나 죽고 싶은 생각입니다.

한 가지는 꼭 함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자료에 따르면 신경성 폭식증은 4분의 1 정도는 치료 없이도 좋아지고, 치료를 받으면 절반 정도가 호전됩니다. 재발 가능성이 있어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지만, 치료하면 나아집니다.

🆘 도움받을 수 있는 곳

반복되는 폭식·극단적 절식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상태일 수 있고, 치료하면 좋아집니다. 혼자 견디지 마세요.

  • 정신건강상담전화 ☎ 1577-0199 — 365일 24시간. 전국 어디서나 지역번호 없이 걸면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정신건강전문요원에게 연결되어, 정신건강 상담·정보 제공과 정신의료기관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 자살예방상담전화 ☎ 109 — 365일 24시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자해 충동이 있다면 지금 바로 전화하세요. (보건복지부·보건복지상담센터)
  • 국립정신건강센터 — 대표전화 (02) 2204-0114 · https://www.ncmh.go.kr
  •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 찾기 —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https://www.mentalhealth.go.kr
  • 진료가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으세요. 섭식장애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치료합니다.

※ 위 정보는 2026년 8월 기준이며,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로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이 글의 내용을 그대로 적용하시면 안 되는 경우

아래에 해당하시면, 이 글을 참고 자료로만 두시고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공복 시간을 늘리거나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것은 이 분들께 위험할 수 있습니다.

  • 섭식장애(신경성 폭식증·폭식장애·신경성 식욕부진증)를 진단받았거나 의심되는 분
  • 임신·수유 중인 분
  • 당뇨병(특히 인슐린·설포닐우레아 등 저혈당 위험 약물 복용 중), 신장질환, 간질환이 있는 분
  • 청소년·성장기, 그리고 고령자
  • 체중 감량 약물이나 식욕에 영향을 주는 약을 복용 중인 분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기저질환·복용 약물에 따라 적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식사 방식이나 체중 관리 계획을 바꾸기 전에는 의사 또는 임상영양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어젯밤의 그 식탁을, 저는 실패라고 부르지 않으려고 합니다.

폭식은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체중계의 그 숫자는, 대부분 물입니다. 며칠이면 조용히 돌아갑니다.

돌아보면 이 주제에서 진짜 위험한 건 어제 먹은 음식이 아니라, “2주 안에 빼야 한다”는 시계 소리였습니다. 그 시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시계였고, 존재하지 않는 시한에 쫓겨 굶다가 다시 폭식하는 순환이 훨씬 더 비쌌으니까요.

그러니 오늘은 그냥 평소처럼 드시면 됩니다. 몸은 생각보다 훨씬 관대하고, 이미 알아서 정리하고 있으니까요.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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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cheson KJ, et al. Glycogen storage capacity and de novo lipogenesis during massive carbohydrate overfeeding in man. Am J Clin Nutr. 1988;48(2):240-247 — https://pubmed.ncbi.nlm.nih.gov/3165600/
  • McDevitt RM, et al. De novo lipogenesis during controlled overfeeding with sucrose or glucose in lean and obese women. Am J Clin Nutr. 2001;74(6):737-746 — https://pubmed.ncbi.nlm.nih.gov/11722954/
  • Heer M, et al. High dietary sodium chloride consumption may not induce body fluid retention in humans. Am J Physiol Renal Physiol. 2000;278(4):F585-95 — https://pubmed.ncbi.nlm.nih.gov/10751219/
  • Shiose K, et al. Muscle Glycogen Assessment and Relationship with Body Hydration Status: A Narrative Review. Nutrients. 2022;15(1):155 — https://www.mdpi.com/2072-6643/15/1/155
  • Yanovski JA, et al. A prospective study of holiday weight gain. N Engl J Med. 2000;342(12):861-867 —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2000032334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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