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 백신 접종 시기, 남녀 공통 접종의 이유

HPV 백신 접종 시기, 남녀 공통 접종의 이유

먼저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저도 한동안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건 어린 학생들이 맞는 거 아니야? 나이 먹고 맞으면 돈 낭비 아닐까?”

HPV 백신, 그러니까 흔히 자궁경부암 백신이라 부르는 그 주사를 두고 많은 분이 비슷한 궁금증을 가지실 텐데요. 지금 맞아도 효과가 있는지, 남자도 맞아야 하는지, 어떤 종류를 골라야 하는지 헷갈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HPV 백신 접종 시기를 중심으로, 언제·누가·어떻게 맞는 것이 이득인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백신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고, 나이가 들었다고 무조건 늦은 것도 아닌데요.

유리 병에 담긴 HPV 백신 바이알 네 병
Photo: Thirdman / Pexels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하는 드문 암입니다

자궁경부암은 현재까지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대표적인 암입니다. 인류가 개발한 백신 중에서 암을 직접 겨냥해 예방하는 드문 사례인데요.

그 열쇠가 바로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감염 차단입니다. 자궁경부암 발생 원인의 약 80%가 고위험 HPV 감염과 관련되고, 그중에서도 16형·18형이 자궁경부암의 약 70% 를 일으킵니다. HPV 백신은 이런 고위험형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맞는 것입니다.

숫자로 보면 결코 남의 일이 아닌데요. 자궁경부암은 국내에서 매년 5만 명 이상이 진료받는 암으로, 한 해 약 3,000여 명이 새로 진단받고 약 800여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2022년 기준으로는 15~34세 젊은 여성에서 자궁경부암 조발생률이 갑상선암·유방암·대장암에 이어 4위였습니다. 젊다고 안심할 수 있는 병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남자도 맞아야 하나요 — 네, 그리고 이유가 분명합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인데 왜 남자가?”라고 물으신다면, 이 부분이 오해가 가장 많은 대목입니다.

HPV 감염은 여성의 자궁경부암·질암·외음부암만 일으키는 게 아닌데요. 남성에게는 음경암을, 남녀 공통으로는 항문암·인두암(편도·혀뿌리·목 뒤)을, 그리고 생식기 사마귀(첨규콘딜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여성 자궁경부암은 상당수가 남성이 HPV를 전파하면서 발생합니다. 그래서 남성 접종은 남성 본인의 질환 예방뿐 아니라, 집단면역을 통한 여성 자궁경부암 감소에도 기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인데요.

이런 근거로 남녀 모두 접종이 국제적으로 권장되고, 우리나라도 2026년부터 남아를 국가지원 대상에 포함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접종 시기는 언제일까요

핵심 질문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접종 시기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시기는 첫 성경험(성접촉) 이전입니다. HPV는 주로 성접촉으로 감염되므로, 노출되기 전에 면역을 갖추는 것이 핵심인데요. 국제적으로는 만 11~12세, 늦어도 사춘기 초반에 접종을 완료할 것이 권장되고, 국내 무료 접종도 만 12세를 표준 대상으로 합니다.

그렇다면 “나이 먹고 맞으면 소용없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험이 있거나 성인이 된 이후에도 접종 이득이 있는데요. 이미 특정 HPV형에 감염됐더라도, 아직 노출되지 않은 다른 유형은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30대 성인 남녀에게도 접종이 권장됩니다.

다만 여기엔 균형 잡힌 단서가 하나 붙습니다. 어릴 때 맞는 것보다는 비용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인데요. 그래서 성인 접종은 일괄 권고보다 개인 상황에 따른 의료기관 상담이 강조됩니다.

2가·4가·9가, 어떤 걸 골라야 하나요

백신 종류도 헷갈리는 지점입니다. 크게 세 가지입니다.

  • 서바릭스(2가) — HPV 16·18형 예방. 자궁경부암 예방에 초점을 둡니다.
  • 가다실(4가) — 16·18형에 6·11형(생식기 사마귀 유발형)을 더해 총 4종을 예방합니다. 국가예방접종(무료 지원) 대상 백신이 이 4가입니다.
  • 가다실 9가(9가) — 총 9종의 HPV 유형을 예방하는 비급여(자비 부담) 백신으로, 4가보다 예방 범위가 넓습니다.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요. 성경험 전에 접종을 완료하면 자궁경부 상피내종양 같은 전암병변에 대해 약 70~90%의 예방효과가 보고되고, HPV로 인한 암의 90%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자료도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는데요. “전암병변 70~90% 예방”, “HPV 유발 암 90% 이상 예방”, “16·18형이 자궁경부암의 70% 유발” 같은 수치는 서로 가리키는 대상(전암병변인지, 암인지, 특정 유형인지)이 달라서 혼용됩니다. 어떤 지표인지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HPV 백신 2가·4가·9가의 예방 유형과 국가지원 여부를 정리한 비교표

접종 횟수는 나이에 따라 다릅니다

의외로 잘 모르는 부분이 접종 횟수인데요. 첫 접종을 시작하는 나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 만 9~14세에 첫 접종2회 접종(약 6~12개월 간격)으로 충분한 면역 효과를 얻습니다.
  • 만 15세 이상에 첫 접종3회 접종(0개월·2개월·6개월 일정, 통상 1년 이내 완료)이 필요합니다.

즉 어릴 때 시작할수록 접종 횟수가 적어 부담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는 것입니다.

2026년 국가예방접종,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무료 지원 기준은 2026년 7월 현재 이렇습니다.

기존에는 만 12~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에게 가다실 4가 무료 접종을 지원해 왔는데요. 여기에 2026년 5월 6일부터 만 12세 남아(2014년생)까지 HPV 4가 무료 접종이 확대되어, 남성 청소년으로 지원이 넓어졌습니다. 접종 장소는 보건소 또는 가까운 지정(위탁) 의료기관입니다.

다만 무료 지원의 세부 대상 연령·소득 기준·백신 종류는 해마다 바뀔 수 있는데요. 접종 전에는 반드시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nip.kdca.go.kr)나 관할 보건소에서 최신 기준을 확인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부작용과 꼭 지켜야 할 것

안전성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좋은 점만 말하는 건 균형이 아니니까요.

HPV 백신의 흔한 이상반응은 접종 부위 통증·발적·부종, 그리고 두통·미열·근육통·어지러움 등으로 대부분 경미하고 일시적입니다. 다만 접종 후 일시적 실신(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 특히 청소년에서 나타날 수 있어, 접종 후 15~20분간 앉거나 누워서 관찰하는 것이 권장되는데요. 심한 알레르기(아나필락시스) 병력이 있거나 임신 중인 경우 등은 접종 전 의료진과 상담이 필요합니다. (임신 중 접종은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원칙 하나가 남습니다.

접종했더라도 정기 자궁경부암 검진은 계속해야 합니다.

백신이 모든 고위험 HPV형을 100% 막지는 못하기 때문인데요. 접종과 검진을 병행하는 것이 자궁경부암 예방의 원칙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나이 먹고 맞아도 효과 있을까?”

답을 딱 한 줄로 정리하면 이것입니다.

“성경험 전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 시기를 놓쳤어도 늦지 않았고 남녀 모두의 일이다.”

다만 백신 종류와 접종 시기, 성인 접종의 이득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인터넷 정보로 혼자 결론 내리기보다 의료기관에서 접종 상담을 받아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예방할 수 있는 암을, 정보가 없어서 놓칠 수는 없으니까요.


이 글은 정보 제공용이며, 접종 여부·백신 종류·일정은 의료기관 상담 후 개인 상황에 맞게 결정해야 합니다. 국가지원 기준은 변동될 수 있으니 접종 전 최신 정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 HPV 감염증·국가예방접종사업
–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 대한의사협회지(JKMA) — 자궁경부암 백신접종의 최신지견
– 국립암센터 국가암정보센터, MSD 매뉴얼 일반인용, Immunize.org HPV VIS(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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